▲사진 찍는 청년 김상연씨
김상연
상연이 최초로 '갑작스런 죽음'과 마주한 곳은 군대였다.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평균 수명 약 80세, 상연은 자신에게 남은 생이 60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속에 품은 이상을 다음으로 미루고 살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늘부터 해야 한다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오늘부터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상연이 어릴 때 부모님은 주말부부였다. 아버지는 군산 대우자동차에 다녔다. 어머니는 광주에서 상연과 나영 남매를 기르면서 24시간 국밥집에서 일을 했다. 남매가 학교 갈 시간에 퇴근한 어머니는 주무셨다.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어머니는 이미 일터에 나가고 없었다. 누나한테 많이 의지하고 자란 상연은 늘 생각했다.
"이 다음에 결혼하면, 나는 진짜 화목한 가정을 만들 거야."상연이 제대하고 와서 첫 번째로 한 일은 출근하는 어머니 안아드리기. 대화도 별로 안 하고, 스킨십은 아예 없이 살던 식구들은 경악했다. 어머니는 "징그럽게 왜 이래!" 하며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했다. 상연은 끄떡하지 않았다. 2주쯤 지나니까 어머니는 출근할 때 현관 앞에서 상연을 기다렸다. 결국, '식구끼리 안아주기'는 가풍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