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에 배송할 물건을 옮겨 싣는 이아무개씨이아무개씨가 아파트 단지 내로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손수레에 상자를 옮겨 싣고 있다.
박현광
노란 스티커가 사실이 아니라면, 그 안의 내용도 다 거짓일까? 그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택배 차량을 단지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아파트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아파트에 배송을 거부하는 택배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수원의 B아파트(3500여 세대)는 택배 차량을 지하주차장으로만 가게 했다. 잠실에 있는 C아파트(5600여 세대)의 1단지에서는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과 큰 도로만 사용할 수 있게 했고, 2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수원의 B 아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택배 기사 이아무개씨는 아파트 정문에 택배 차량을 대놓고 물건을 배송했다.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접이식 손수레를 이용해 택배 물건을 아파트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식이었다. 손수레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양이 한계가 있다 보니, 아파트 1개 동이 끝나면 다시 물건을 실으러 택배 차량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씨는 1번 게이트에서 배달이 끝나면 차를 타고 2번 게이트로, 3번 게이트로 옮겨갔다. 다음 배달할 아파트 동이랑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그렇게 싣고 온 물건이 다 없어질 때까지 게이트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배송하고 있었다.
이씨가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택한 이유는 아파트 측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치안의 문제로 차량을 지상으로 다니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택배 차량은 탑차 높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해 정문 바깥에다 세워두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씨는 "당연히 힘들죠, 그래도 지금은 비수기라 덜해요, 겨울에 물건 많을 때는 오후 12시 넘어야 끝난다니까요"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씨는 택배 차량을 길가에다 대놓기 때문에 주차위반 '딱지'를 끊기도 한다. 그는 "그냥 도로에 차를 대놓으니까 여러 번 끊겼죠"라며 "'딱지' 끊기면 일단 사정을 해요, 그래도 안 되면 저희가 부담해야 돼요, 뭐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할 말 많아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저희가 '을'인데 안 할 순 없잖아요, 해야죠"라며 화제가 된 노란 스티커를 붙인 택배 기사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그 사람도 자기 생계를 걸고 한 일일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몇몇 택배 업체는 택배 차량 높이를 낮추기 위해 탑차를 개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차량 개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용적률이 낮아져 짐을 실을 공간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