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오후 국회에서 롯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전 방위로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격호 총수 일가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 재벌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국적' 문제가 드러났지만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 공약처럼 여론 눈치만 보다 흐지부지되는 '쇼' 아니냐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미 롯데 광고 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도 최근 롯데그룹과 계열사 4곳에 최대주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일본 롯데홀딩스와 '엘(L)투자회사' 등의 소유 구조와 실체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금감원-공정위 '총동원', 일본 계열사엔 '무용지물' 한술 더 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6일 "롯데는 경영권 다툼에 매달릴 게 아니라 스스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노력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5대 그룹인 롯데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여 실망스럽다"면서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와 자금 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보겠다"이라고 경고했다.
롯데에 대한 정부 압박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현재 롯데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롯데 쪽에선 정기 세무조사일 뿐 이번 경영권 분쟁과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도 겉으론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사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대홍기획의 세무조사가 서울청 조사4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조사 4국은 특별조사 성격이 강한 데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 계열사나 지배주주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조사 4국이 움직였다면 단순 정기(세무)조사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최근 롯데 사태와 관련해서 국세청 조사가 다른 계열사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세청 쪽에선 세무조사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꺼리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롯데의 세무조사에 대해 확인해줄 만한 내용이 없다"면서 "(정기든, 특별이든) 세무조사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향후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금감원도 이미 한국 롯데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4곳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에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재무현황, 대표자 등을 기재해야 하는데 롯데 4개 계열사가 올해 3월 제출한 신고서에는 '롯데홀딩스'와 'L제2투자회사' 등 최대주주의 대표자와 재무현황 등이 누락됐다"면서 "다만 이들 기업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는 공시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19.07%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를 단 10여 개 'L투자회사'들이 72.65%를 나누어 갖고 있다. 또 'L제2투자회사'는 롯데알미늄과 롯데로지스티스 최대주주다. 하지만 L투자회사들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져 있을 뿐, 지분 구조 등 그 실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정위도 지난달 말 롯데그룹에 L투자회사를 비롯해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롯데 해외 계열사의 주주와 출자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해외 계열사 지분 구조까지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비상장회사인 데다 일본에 적을 두고 있어 국내 법률로 정보 공개를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현지 법상 비상장회사는 지분 구조 등을 공시할 의무가 없고, 주요 주주 가운데 일본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한국 롯데 계열사가 일본 롯데 계열사에 출자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공정위도 (일본 롯데 계열사를) 규제할 명분이 없다"면서 "대주주 가운데 신격호 등 특수관계인 말고도 일본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공정위가 정보 공시를 강제할 경우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 김 교수는 "롯데 계열사가 '부실 공시'를 한 건 맞지만 금감원 제재 수위도 약하고 최대주주의 지분 구조는 공시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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