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성가대의 연주 모습그 흔한 전자 악기나 마이크 하나 없이 전통 방식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색다르다. 뒤로 여성들로만 이뤄진 성가대가 서 있다.
서부원
그들은 술을 입에 대지 않으며, 하루에 네 차례 예배 시간이 정해져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다. 이는 이슬람교를 닮았는데, 지금도 호치민 시티를 중심으로 한 메콩델타 주변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적지 않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모스크도 많이 산재해 있다. 오래 전부터 이슬람 상인들이 교역을 하고 시나브로 이주해온 흔적이다.
비빔밥 같은 까오다이교... "이게 무슨 종교냐"다양한 색깔의 아오자이도 각각 특정 종교를 대표한다. 노란색은 불교, 파란색은 도교, 빨간색은 유교를 상징한다고 한다. 물론 색깔 옷은 각 종교의 교리를 수행하고 있다는 증표로서 지도자들만 입을 수 있고, 신자들 대부분은 흰색을 입는다. 머리에 쓰는 모자도 여러 종류인데, 대개 가톨릭의 주교관과 무슬림 남자들이 쓰는 원통형 페즈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신자들 모두가 정좌한 채 응시하고 있는 정면에는 외짝 눈이 그려진 지구본이 걸려 있다. 십자가가 교회를 나타낸다면, 눈은 까오다이교의 상징이다. 신의 현존을 증거하는 눈으로, '천안(天眼)'이라 하여 정면뿐만 아니라 건물 내외 벽 곳곳에서 신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흡사 눈 부릅뜬 신이 곁에서 신자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낄 만큼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야 엄숙하고 경건한 예배 시간이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뜯어볼 만한 게 참 많은 곳이다. 낮은 담으로 두른 총본산에는 예배당 외에도 여러 건물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데, 숲과 잔디밭이 어우러져 있어 공원 같은 분위기다. 종교시설인 만큼 별도의 입장료는 없지만, 부러 찾는 이들이 많아 입구는 기념품과 간식을 파는 노점상들 차지다.
이처럼 여러 종교가 뒤섞여 있는 까오다이교는 1920년대 후반 프랑스 식민 지배에 저항하며 생겨난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신흥종교다. 제국주의에 맞선 베트남 민중의 무력 투쟁과, 1954년 남과 북으로 분단된 뒤 친미 남베트남 정권에 대한 반정부 운동을 주도하며 메콩델타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나갔다. 외세와의 갈등과 전쟁이 만들어낸 종교 결사체인 셈이다.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는 시나브로 뿌리내린 기존의 가치관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트남 민중들이 각자 기대어 살아온 여러 종교적 전통과 관습은 외세의 압제에 견준다면 그저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까오다이교는 어쩌면 신심 깊은 베트남 민중들의 의지처자, 베트남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 기도하고 싸우는 그들의 아지트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20세기, 100년을 오롯이 전쟁으로 보낸 베트남의 참혹한 역사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사원 안팎에 새겨진 조각과 그림 하나도 예사롭게 볼 순 없다. 해금과 피리 소리에 실려 울려퍼지는 성가대의 합창조차 여느 종교의 찬송과는 달리 유독 구슬프게 들린다.
"'비빔밥'도 아니고, 이런 게 무슨 종교냐"며 연신 키득거리는 아이 앞에서 마음 한쪽이 영 편치 않았던 이유다. 내일 함께 호치민 시티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 본 까오다이교가 곧 베트남의 현대사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