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는 6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김종성
큰 탁자와 소파 등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게 제일 인상적이었다. 깔끔한 분위기에 저렴한 가격의 음료도 팔고 있어 아주 살짝 북카페 느낌도 났다. 책은 분야별로 서고에 단정히 꽂혀 있는데 재미있게도 책방 지기가 읽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해외 문학책이 많은 걸 보니 주인장의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주인장 마음대로 갖춘 책들이지만, 좋은 책인지 읽을 만한 책인지,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인지... 그런 기준으로 책꽂이를 채운단다. 학습 참고서나 자기 계발서 같은 책들은 안 보인다. 점점 대형 서점들과 자본이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만 읽게 되는 현실 속에서 그가 서고에 채운 책들은 무척 참신하게 다가왔다.
책방 지기 덕택에 서른아홉 살에 자살했다는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를 알게 되었고, 요즘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인간실격>을 읽고 있다. 특히 주인장은 책방 이름을 따오게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년 영국, 루이스 캐럴)>의 20년 된 마니아로 동화, 만화, 그림, 퍼즐, 레코드 판, 타로 카드 등을 책방에 전시까지 해놓고 있다. 물론 판매용이 아니다.
의외로 만화책이 별로 없어 물어 보았더니 본인이 만화책을 잘 읽지 않는단다. 책 속에 그림과 글자가 함께 들어있어 집중이 잘 안되 진도가 안 나간다고. 말로만 듣던 활자 중독자인가 보다.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에 걸맞게 주인장은 6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이 6번째 책으로, 책으로 책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요상한 책방 이름답게 헌책방이라고만 부르기 아깝다. 책읽기 소모임, 전시회, 인디 음악 공연에 얼마 전엔 도시의 자전거 관련 영화도 상영했다. 관람료는 헌책 구입으로 대신한다.
책을 만나러 가는 동네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