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문금강문에서 바라 본 불이문과 삼층석탑 그리고 극락보전.
정도길
금강역사를 모신 금강문에서 보는 불이문, 삼층석탑 그리고 중심법당인 극락보전. 짧지만 일직선으로 배치된 가람 형태를 보인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을 가진 불이문은, 사찰 건축에서 보기 드문 솟을대문 형식으로 지었다.
편액은 앞쪽에는 '백담사', 안쪽에는 '설악산'이라 달았다. 모서리가 닳은 옥개석과 이끼 낀 삼층석탑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 극락보전 용마루 끄트머리는 용의 머리로 치미를 장식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소박한 모습이다.
법당에는 서방정토 극락세계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주불로, 좌우 협시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셨다. <108산사순례> 때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경전 독송과 108배를 올렸다. 32번째 염주 알을 꿰면서, 그동안 꿰어온 염주 알 하나하나를 세어본다. 이 기도가 헛되지 않고 잘 끝나기를 다짐하면서.
이제 만해 선사를 만나러 간다. 백담사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 외에 만해 한용운 선사의 문학사상과 불교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전각이 많다. 대표적인 건물로 만해기념관을 비롯하여, 만해교육관, 만해연구관, 만해수련원, 만해도서관 등이 있다. 문이 열려있는 기념관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만해의 목각좌상과 그 왼쪽으로 만해 초상화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은은한 음악이 울리는 작은 공간, 부처님이 계신 법당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발걸음 한 걸음 옮겨 놓는 것도 조심스럽다. 법당에서 걷는 걸음걸이처럼. '사진촬영 금지'라는 안내 때문에 머리로,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선사의 혼과 정신을 담았다. 어느 글귀 하나가 발걸음을 한동안이나 묶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