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비극 막으려면 둘 중 하나 선택해야

[낚시어선 무엇이 문제인가②] 어류 줄어 파도 센 먼바다 나가는 낚싯배, '증톤' 필요해

등록 2015.09.15 17:22수정 2015.09.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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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래 낚시어선법에는 도경계를 못 넘게 되어 있어 도를 넘으면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이 허술하니 제주도까지 무한질주 한다. 한 조사가 제주권에서 낚은 씨알 좋은 갈치를 낚은후 활짝 웃고 있다.

원래 낚시어선법에는 도경계를 못 넘게 되어 있어 도를 넘으면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이 허술하니 제주도까지 무한질주 한다. 한 조사가 제주권에서 낚은 씨알 좋은 갈치를 낚은후 활짝 웃고 있다. ⓒ 심명남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국민 레저를 꼽으라면 단연 '낚시'가 아닐까. 누군가 말했다. 사색을 즐기며 힐링하는 낚시는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불행하게도 지난 5일 낚시를 떠났던 돌고래호가 전복됐다. 사고가 난 지 10일 이상 흘렀지만 아직 실종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허점으로 언제까지 시민이 비명횡사의 죽음을 당해야만 할까. 바다를 사랑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비명횡사한 '돌고래호'의 교훈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당시의 얘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돌고래호 사고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평생 낚시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의 지적 역시 다르지 않다. 낚싯배는 지금 어떤 문제를 떠안고 있는 걸까?

불법어업이 근절된 후 어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바다는 예전과 비교하면 고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촌에 기반을 둔 어민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한 현실이다. 그나마 자그마한 소득은 낚싯배다. 도마다 다르지만, 현재 사단법인 전남낚시 어선협회에 등록된 낚시 어선은 약 850척에 이른다. 물론 5톤 이하 작은 낚싯배는 제외다.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시장은 좁은데 공급은 과잉이다 보니 손님은 황제 소릴 듣는다. 돌고래호 선장이 당일 승객들의 종용에 무리하게 출항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구명조끼도 마찬가지다. 낚시 어선 3톤 미만은 승선 시 무조건 조끼를 착용하게 되어 있지만 3톤 이상 배는 조끼착용이 의무화된 사항이 아니다. 이 조항은 국회에 계류 중이란다. 현재 낚시어선법에 따라 어선 허가를 위해서는 선박 무게가 최대 10톤을 넘을 수 없다. 최대승선 정원은 22명(10톤 기준)이다. 선장, 사무장 빼고 20명을 실을 수 있으나 보통 15명을 싣고 떠난다. 낚시할 자리가 비좁기 때문이다.


낚시는 흔히 '갯바위'와 '먼바다 낚시'로 분류한다. 갯바위는 낚싯배가 낚시꾼을 섬에 내려주고 하루쯤 뒤에 다시 데리고 철수하는 형태다. 먼바다 낚시는 갈치나 고등어, 열기를 낚는 것. 그야말로 배 위에서만 하는 낚시를 말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돌고래호의 경우는 갯바위 낚시에 속했다. 낚싯배가 해남에서 손님을 태우고 추자도에 데려다 주면 추자도 '종선'이 포인트에 내려주는 형태였다. 엄밀히 말하면 사고가 난 돌고래호는 운송수단이었지 선상 낚시를 하던 배는 아니었다.


30년 선장도 두려운 추자도 '물생이 끝'

a  어항에 정박된 수십 척의 낚싯배들이 포구에 묶여있다. 먼바다 낚시를 하는 낚시어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바다에서 갑작스런 풍랑에 안전할 수 있도록 배의 크기를 늘리는 증 톤이 시급하다. 현실에 맞는 법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어항에 정박된 수십 척의 낚싯배들이 포구에 묶여있다. 먼바다 낚시를 하는 낚시어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바다에서 갑작스런 풍랑에 안전할 수 있도록 배의 크기를 늘리는 증 톤이 시급하다. 현실에 맞는 법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 심명남


해남에서 30년째 낚시를 해온 OO호 A선장(58세)은 사고 당일 추자도에서 낚시하고 나왔다. 이날 낚시객을 싣고 돌고래호 보다 조금 일찍 철수했다.

그에게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의견을 묻자 "그날 저도 추자도에서 좀 더 빨리 나왔는데 약 10톤에 가까운 돌고래호가 운행하기에 기상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선주였던 돌고래호 선장이 직접 배를 운행한 지는 3~4년도 채 안 돼, 경험 미숙에 의한 불의의 사고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날은 5톤 배도 충분히 해남으로 갈 수 있던 날씨였어요. 제가 사고를 예측해봤는데 사고지점이 예측대로 100% 맞는 지점에서 사고가 났어요. 사고 뒷날 목포 해난심판원을 모시고 그 지점에 가서 확인했더니 배의 상태가 아주 깨끗한 상태였고, 스크루가 어망이나 줄을 감지 않는 것을 확인했어요."

사고 해역인 '물생이 끝'은 신양항에서 출항해 채 5~10분 거리도 안 되는 거리란다. 이곳은 평상시에 추자도에서 파도가 가장 센 곳이다. 물살이 무서워서 추자 어민들은 이곳을 피해 밖으로 넓게 다니는 곳이란다. 선장 A씨는 "저도 그 바닥을 30년 이상 배를 타고 다녔는데 돌고래 선장은 기상악화로 그곳을 모르고 가로 질렀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험 미숙이 화를 불렀다는 것.

전남 낚시어선협회 관계자는 해경의 근무태만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V-PASS(어선위치 발신장치)가 장착된 배가 항적에서 사라졌는데 조치가 늦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다 죽는다"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세월호 사고 이후 인원이 줄어 해경이 대행신고서 체제로 운영되어 입출항 확인을 하지 않다 보니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면서 "그곳은 원래 직원이 상주했는데 몇 개월 전에 폐쇄되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인력파견을 요구했다.

해경이 정확히 승선 인원을 파악해 출항하면 실종 인원이 안 맞을리 없다. 하지만 현재 어촌계장이 대행신고를 하는 실정이다. 어촌계장이 민간인이라 법적 권한이 없어 서류 신고하면 '오케이'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먼바다 낚싯배의 실태는 어떨까. 갯바위 낚시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먼바다 낚싯배'다. 그런데 고기가 안 나다 보니 먼바다에서 선상낚시를 즐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백도·거문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서 제주 바다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민들이 항상 머리맡에 일기예보를 끼고 산다지만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는 예측 불가다.

낚시객 안전 위해 낚시어선법 개정해야

a  한 조사가 선상낚시로 백도권에서 낚은 씨알 좋은 열기볼락을 추켜들고 있다.

한 조사가 선상낚시로 백도권에서 낚은 씨알 좋은 열기볼락을 추켜들고 있다. ⓒ 심명남


9월은 갈치 철이다. 낚싯배들은 씨알 좋은 갈치를 찾아 제주권으로 몰린다. 원래 낚시어선법에는 선박이 도 경계를 못 넘게 되어 있다. 도를 넘으면 불법이지만 단속이 허술해 제주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 통영·여수·녹동·장흥·회진·완도권에서 온 100여 척이 모여 불야성을 이룬다. 갈치·삼치·고등어 조업이 12월까지 이뤄진다는 게 선장들의 전언이다.

그렇다 보니 통영에서는 배를 타고 6~7시간씩 죽을 둥 살 둥 도를 넘어서 온다. 완도는 가깝지만, 여수·고흥 어선들은 보통 4~5시간씩 배질을 한다. 갑자기 날씨가 안 좋아지면 난리가 난다. 풍랑을 만나면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 선장들이 스스로 자제해야 하나 인근 바다에서 고기가 안 나니 이런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어민들은 법 개정을 통한 '증 톤', 즉 운행 가능한 선박 규모 제한을 늘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5톤 이상 선박은 갑작스러운 풍랑주의보를 내려도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 '태풍경보' 아니면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 낚싯배의 증톤을 허용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큰 파도에도 안전하게끔 선박 규모 제한을 늘려주던가 아니면 작은 배로는 먼바다를 못 가게 해경이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낚시꾼들이 매번 목숨을 걸고 낚시를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얼마 전 여수에서 낚시 어선을 하다 제주도로 이사를 한 F선장은 50살 평생 살아온 고향을 최근 떠난 이유가 절절하다.

"10톤 이하의 작은 배로 제주까지 낚시하고 4~5시간씩 여수로 회항하면 녹초가 돼요. 배질이 몸서리나서 제주도로 이사하여서 낚시업을 하니 세상 편해요. 고기 욕심에 허허벌판인 제주까지 갔다가 파도가 높아 항해가 안 되니까 해경이 파도를 깨면 그 배를 뒤따라 12시간 동안 여수로 오는 배들이 매우 많아요. 나야 이사를 와버렸지만 10톤 이하는 풍랑에 취약해요. 하루속히 법이 개정돼 낚시객이 안전을 보장받았으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돌고래호 #낚시어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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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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