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닌데, 감독이라 불렀으니, 결국 감독이다?

[광주시립국극단 갈등 하] 예술감독 '허위 이력' 사실 검증

등록 2015.09.29 17:47수정 2015.09.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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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국극단 상]에서 이어집니다)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을 둘러싸고 벌어진 자질 논란은 김 예술감독을 비롯한 광주문화예술회관 측과 단원들의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부임한 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로부터 자질을 의심받아 온 김 예술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이력' 논란이 증폭되자 21일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명에 나섰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소중한

기자간담회에서 김 예술감독은 노조를 향한 불신을 직접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하자마자, "처음 (국극단에) 발령받았을 때 노조가 있다고 해 (중략) 아름다운 예술단체에 무슨 노조가 있나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노조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김 예술감독은 기자간담회 시간 대부분을 노조가 문제 삼은 이력 논란을 해명하는 데 썼다. 노조가 김 예술감독이 광주광역시에 제출했거나,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이 제시한 이력 중 허위라고 주장한 것은 ▲ 여수시립국악단 예술감독 ▲ <이순신가> 집필 ▲ 무형문화재 보유자 후보 ▲ 미국 카네기홀 초청공연 ▲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등이다.

<오마이뉴스>는 노조 측이 문제 삼은 김 예술감독의 이력과 김 예술감독 및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의 해명을 기반으로 추가 취재를 해 사실 검증을 진행했다.

여수시립국극단, 지금도 '예술감독' 없어

 광주문화예술회관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여수시립국악단에 있을 당시) 팜플레서 모두 예술감독으로 명시했다"고 밝혔으나, 김 예술감독의 공식 직위인 단무장(오른쪽)으로 적힌 팜플렛도 발견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여수시립국악단에 있을 당시) 팜플레서 모두 예술감독으로 명시했다"고 밝혔으나, 김 예술감독의 공식 직위인 단무장(오른쪽)으로 적힌 팜플렛도 발견됐다.광주문화예술회관, 공공운수노조

김 예술감독은 이력서 주요경력에 '여수시립국악단 창단 예술감독'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2000년 7월~2006년 1월 여수시립국악단에 재직한 김 예술감독의 당시 공식 직위는 '단무장(국악단의 행정 업무를 맡는 사람)'이었다. <오마이뉴스>가 23일 여수시 문화예술과에 문의한 결과, 여수시립국악단에는 2000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예술감독'이란 직위가 없었다.


이에 김 예술감독과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직위는 단무장이었으나, 실제로 예술감독 역할을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위는 단무장이었지만) 여수시립국악단 창단 당시, 여수시가 나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이라고 호칭하고 우대해 데리고 갔다"며 "당시 공연 팸플릿에도 예술감독이란 명칭이 적혀 나갔는데 여수시가 허용하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나"라고 설명했다.

김 예술감독의 설명대로, 그가 여수시립국악단 재직 당시 예술감독이라고 불린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 문화예술과가 광주문화예술회관에 보낸 공문에는 "직위는 단무장이었고, 호칭은 예술감독이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도 여수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단원들도 (예술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에) 큰 불만 없이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단무장인 (김 예술감독이) 당시 예술감독으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1일 광주문화예술회관이 낸 보도자료처럼 "(김 예술감독은) 여수시립국악단 재직 당시 공연 팸플릿에 모두 예술감독으로 명시"됐을까. 일단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이 제시한 제2회 여수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2001년 4월), 제8회 전국국악합주단축제(2001년 10월), 제3회 여수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2001년 12월) 팸플릿에는 김 예술감독이 예술감독, 제작총지휘으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노조에 받은 제11회 여수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2005년 12월) 팸플릿엔 김 예술감독 지위가 단무장이라고 나와 있다. "팸플릿에 모두 예술감독으로 명시"했다는 광주문화예술회관의 보도자료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박운종 부지부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 예술감독이 여수시립국악단에 있을 당시) 실제로 예술감독으로 불렸더라도, 광주광역시에 제출한 이력서에 공식 직위인 단무장이 아닌 예술감독으로 썼다는 건 이력을 부풀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론 단무장이면서 예술감독의 역할을 했다는 건 김 예술감독이 월권을 했다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홈페이지에 있던 김 예술감독의 '여수시립국악단 초대 예술감독 역임' 이력을 삭제했다.

그는 <이순신가> '집필'했을까?

 <이순신가>는 당초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창본과 작창을 한 것으로 표기돼 출판됐으나, 이후 창본을 맡은 김세종 동국대 문화예술행정대학원 겸임교수가 이를 문제삼아 논란이 일었다. 김 예술감독-김 교수-출판사은 재계약 끝에, 출판된 책에 '창본 김세종, 작창 김영옥'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로 합의했다.
<이순신가>는 당초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창본과 작창을 한 것으로 표기돼 출판됐으나, 이후 창본을 맡은 김세종 동국대 문화예술행정대학원 겸임교수가 이를 문제삼아 논란이 일었다. 김 예술감독-김 교수-출판사은 재계약 끝에, 출판된 책에 '창본 김세종, 작창 김영옥'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로 합의했다.소중한

김 예술감독이 직접 '집필'했다는 책 <이순신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2012년 발행된 <이순신가> 표지에는 '창본·작창 김영옥'이라고 적혀 있다. 창본은 판소리 사설을 기록하는, 작창은 판소리를 작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노조는 "<이순신가>의 창본을 맡은 사람이 김 예술감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작창은 김 예술감독이 했지만, 창본은 김세종 동국대 문화예술행정대학원 겸임교수가 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집필은 '직접 글을 쓰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창본이 아닌 작창을 맡은 김 예술감독이 집필이란 이력을 가질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순신가>에서 창본을 맡은 김 교수도 KBC <시사터치 따따부따>와 한 인터뷰에서 "자기(김 예술감독) 고문 변호사하고 비교해서 창본, 인세를 나에게 주겠다고 도장 찍고 인정한 계약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계약서에는 '창본 김세종, 작창 김영옥'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부임한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의 이력이 허위 논란에 휩싸이자,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홈페이지의 '여수시립국악단 초대 예술감독 역임' 이력을 삭제하고, '<이순신가> 집필'을 '<이순신가> 출간'으로 고쳤다.
지난 3월 부임한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의 이력이 허위 논란에 휩싸이자,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홈페이지의 '여수시립국악단 초대 예술감독 역임' 이력을 삭제하고, '<이순신가> 집필'을 '<이순신가> 출간'으로 고쳤다.공공운수노조

실제로 출판사는 계약 이후 책 표지에 적혀 있던 '창본·작창 김영옥' 위에 '창본 김세종, 작창 김영옥'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시중에 배포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집필'이라고 적혀있던 김 예술감독의 홈페이지 이력을 '출간'으로 고쳤다.

김 예술감독은 "원고 검수 및 서문만 김 교수가 썼다"며 "<이순신가> 사설은 모두 자신이 썼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김 예술감독은 김 교수와 공동으로 작업했고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저작권 관련해서 문제없음을 주장하고 있다"며 "저작권에 대한 사항은 당사자 간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유자' 떨어졌으니 '보유자 후보'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박운종 부지부장이 간담회가 열린 광주문화예술회관 관리동 앞에서 "김 예술감독 인사 의혹 규명"이라고 피켓을 든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박운종 부지부장이 간담회가 열린 광주문화예술회관 관리동 앞에서 "김 예술감독 인사 의혹 규명"이라고 피켓을 든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소중한

김 예술감독이 이력서에 적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동편제 <흥부가>, 강산제 <심청가> 보유자 후보' 항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단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무형문화재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로, 문화·예술계에선 가장 빛나는 자리이다(중요 무형문화재단은 국가가, 무형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

김 예술감독이 적은 '보유자 후보'는 현재 사라진 개념이다. 현재는 '전수교육조교'라는 용어로 통합됐는데 과거엔 보유자 후보, 후보자 등이 이를 의미했다. 쉽게 표현해 전수교육조교는 보유자의 직속 제자라고 보면 된다. 과거엔 보유자의 추천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선정하던 것을 지금은 기량평가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김 예술감독이 스스로 보유자 후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보유자 심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데 있다. 그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자가 되기 위한 심의를 거치면 자동으로 보유자 후보가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라남도 측에 확인한 결과, 김 예술감독은 2005년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로부터 보유자 지정을 위한 심의를 받았으나 탈락한 경력이 있다.

그렇다면 김 예술감독 말대로 보유자 지정 심의에 탈락하더라도, 심의를 받은 경력이 있으면 자동으로 보유자 후보 지위를 얻는 것일까. 전라남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은 아닐까 싶어, 전라북도 문화예술과에도 연락해봤지만 같은 답을 얻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관계자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보유자는 전수교육을 할 수 있고, 전수교육을 보유자 혼자 다 하기 어려우니 전수교육조교를 둔다. (법으로 정비되기 전까지) 전수교육조교는 보유자 후보 등으로 불렸다. 현재 보유자 후보라는 법적 명칭은 없다. 보유자 심사를 받는다고 해서 보유자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카네기홀 초청 '허위', 불교방송 진행 '사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박운종 부지부장이 간담회가 열린 광주문화예술회관 관리동 앞에서 "김 예술감독 인사 의혹 규명"이라고 피켓을 든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옥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이 21일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박운종 부지부장이 간담회가 열린 광주문화예술회관 관리동 앞에서 "김 예술감독 인사 의혹 규명"이라고 피켓을 든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중한

김 예술감독이 2008년 했다는 미국 카네기홀 초청 공연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예술감독이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것은 맞지만, 그를 초청한 곳은 한 불교 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초청 공연이 아닌 대관 공연이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것은 사실이며 단지 문구 해석에 따른 차이에서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애초 노조가 문제 삼았던 '불교방송 <우리 가락의 향기> 진행자'와 관련해선, 불교방송 측이 "(김 예술감독이) 귀사 방송 국악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했음을 증명한다"는 문서를 보내왔다.

현재 노조 측은 ▲ 김 예술감독의 해임 ▲ 특별전형위원회 위원 명단 및 전형 과정의 투명한 공개 ▲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광주광역시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선 특별전형위원회 전형 과정과 위원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광주광역시가 공개모집 전형에 지원한 응모자 11명을 떨어뜨리고 특별전형을 통해 김 예술감독을 뽑은 것"에 의심을 품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측은 "2년 후 재신임 절차를 밟게 되니 그동안 김 예술감독의 활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전형위원 명단 및 전형 과정 공개의 경우엔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며, 특히 위원 명단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상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광역시에서 문화예술회관혁신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국극단뿐만 아니라 시립예술단 전반의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며 "여기서 전형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 노조를 참여시키는 등의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 #이력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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