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마녀 위니>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비룡소
비룡소
삶의 문제는 검은 고양이에게 있지 않다. 문제는 검은 고양이를 바라보는 내 안에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빛깔의 고양이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색깔이 아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다. 검은 고양이가 나를 넘어뜨린 것이 아니다. 내가 검은 고양이를 보지 못했을 뿐이다. 나의 시야를 변화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타인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면 그 결과는 뻔하다. 제멋대로인 지팡이가 두려워 아무도 그 곁에 머물지 않는다. 모든 고양이를 꼭대기로 몰아낼 의도가 아니라면, 지팡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인간의 다른 별명은 건축가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고양이를 위해 자신의 집을 새롭게 단장하는 건축가 말이다. 녹슨 집을 고치려고 팔 걷어 부치는 부지런한 건축가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주저 없이 망치질을 하고 과감하게 낡은 담장을 부숴버리는 건강한 알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검은 고양이와의 행복을 위해 지붕을 새롭게 칠하고 창틀을 수선한다. 구석진 작은 방을 허물어버린다. 조금씩 허물고 고치는 그 과정 속에 비로소 인간다움이 완성된다. 낯선 타자로 둘러싸인 자신을 향해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집을 변화시키는 그 수고로움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높은 미덕이다.
지금 네 주변은 낯선 타자로 어수선하다. 힘들기만 한 산에 가자고 조르는 아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 눈치 빠른 동생 때문에 괴롭겠다. 이 모두가 검은 고양이가 되어 너를 넘어뜨리는구나. 검은 고양이의 발톱에 긁혀 생채기가 돋아난 건 아닌지 걱정이구나. 마녀 위니처럼 검은 고양이만 쫓는 건 아닌지, 너의 웅크림을 지켜보는 중이다.
너의 인식 세계에 처음 포착된 검은 고양이를 어떻게 할지 지켜볼 수밖에.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입이 아프도록 주문을 외우고 있겠구나. 검은 고양이에 몰두하느라 정작 어떤 집에 사는지 새까맣게 잊어버렸겠지. 이때 아니면 언제 그래보겠니! 너를 향해 달려오는 검은 고양이를 몰아내기 위해 마음 속은 엉망진창이다. 몰래 그러느라 방문을 잠가두는 거니? 지팡이를 지키려고 방에서 나오지를 않는 거니? 그런 지팡이에 눈독들일 사람 아무도 없는데.... 어떤 지팡이인지 보여줘도 괜찮은데...
그럴 때마다 네 마음 속을 바라보렴. 왜 검은 고양이 때문에 괴로운지... 괴로움의 주범이 검은 고양이인지, 아니면 검은 고양이를 바라보는 네 마음인지... 네 마음을 두드리는 검은 고양이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검은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지팡이를 내세운다면, 네 옆을 서성이는 어떤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마법사도 쩔쩔맸던 검은 고양이인데, 사춘기 소년이 감당하기가 쉬울까. 네 마음도 코끝이 짓무른 위니의 얼굴을 닮아 있겠구나. 검은 고양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위니처럼 곰곰이 생각한다면, 너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타날 거야. 방문 활짝 열고 너만의 마술을 선보일 그날을 기대할게.
으스스한 숲속 한 가운데 빨간 지붕에 노란 벽을 두른 집을 발견하면 말이야. 검은 고양이를 무진장 사랑했던 마녀가 살았던 집이란다. 검은 고양이를 위해, 자신이 살았던 집을 바꿔버린 용감무쌍한 마녀가 살았던 집이다. 검은 고양이를 검은 고양이로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넘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마녀가 있었단다. 요술지팡이가 있어도 검은 고양이를 어쩔 수는 없었단다. 검은 고양이는 원래부터 검은 고양이었다. 마녀 위니가 골백번도 더 넘어지고서야 깨달은 진실이었다.
마녀 위니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비룡소,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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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골백번 넘어져 깨달은 진실, 너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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