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낀 대통령과 여당 대표, 직접 와서 보라"

'교과서 체험관' 연 야권... 문재인·심상정·천정배 '국정화 저지 연대' 가동

등록 2015.10.25 18:39수정 2015.10.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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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1가 보신각 공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체험관 개막식에서 도종환 의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1가 보신각 공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체험관 개막식에서 도종환 의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뭐든지 빨갛게 봤다. 이렇게 새파란 하늘을 빨갛다고 우기니 정상적인 대화가 되겠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정부·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진실과 거짓 교과서 체험관' 개관식에 참석, 23일 '청와대 5자 회담' 소감을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문을 연 '진실과 거짓 교과서 체험관'은 야권이 본격적으로 펼칠 '국정화 여론전'의 대표적인 장외 현장이다. 지난 21일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여론전을 시작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3자 연석회의'는 이 체험관을 중심으로 서명운동 및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 체험관에는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와 2008년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 2013년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각각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여당의 허술한 논리를 '현장'에서 반박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직접 보지 않았을 것"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제발 색안경을 벗고 직접 와서 보시기 바란다"라며 정부·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그는 "검인정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아이들에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했는데 모든 교과서가 '주체사상이 (북한의) 유일지배체계를 강화하고 김일성 우상숭배, 세습체계에 이용됐다'고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검인정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와서 보시라, 모든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다 수록하고 있다"라며 "6.25 전쟁이 남북 공동의 책임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고 했지만 북한의 남침임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라고도 꼬집었다.

문 대표는 이와 함께 "저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우리 검인정 교과서들을 직접 보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라며 "그 분들은 검인정 교과서를 비판하고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한 보고서, 검인정 교과서 내용을 아주 악의적으로 발췌한 보고서만 봤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그는 "김무성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하자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고, 우리 당이 새누리당에게 검인정 교과서가 좌편향인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거나 교과서검증위원회를 만들어 검증하자고 했지만 그것도 응하지 않고 있다"라며 재차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교과서를 다 펼쳐놓고 공개토론 해보자"라며 "저와 김 대표 간의 맞짱 토론도 좋고 여야 원내대표 간의 토론도 좋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간의 토론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역사교과서가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국민 여론에 의해 판명났다"라며 "지금이라도 인정하는 것이 용기다,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이기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나쁜 정권이자 후진 여당"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문 대표와 손을 맞잡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힘을 보탰다.

심 대표는 "박 대통령의 '효도교과서' 시도, 새누리당의 국론분열 책략이 좌초되고 있다"라며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흑백논리로 밀어붙이는 거짓프레임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면초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이기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라며 정부·여당의 '무리수'를 지적하고 나섰다. 심 대표는 "친일·독재 미화를 우려하니 유관순 누나가 현행 교과서에 없다고 거짓 광고를 제작하고 양심 있는 역사학자가 집필을 거부하니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대학총장을 모아놓고 역사진흥이란 명분을 내세워 돈다발을 흔들고 있다"라며 "나쁜 정권, 후진 여당이다"라고 질타했다.

"집필진이 구성되지 않아 한 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교과서 내용을 예단해 여론을 흔들고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올바른 의도나 과정 없이 올바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집필진이 구성도 안 됐는데 1년 내에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역사와 역사교육, 교과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생각과 의견의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 그것을 최대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시대착오적인 음모"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진짜 국정화해야 할 것은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저 사유화된 권력"이라며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야당성의 회복이다, 우리 야권은 이 문제에 대해서 함께 뭉치고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계기 삼아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야권연대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연대'는 시민사회와도 맞닿아 있었다. 466개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이 문제는 언론에서 말하는 '진보·보수 갈등'이나 '역사전쟁'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학문과 권력의 싸움이다, 학문의 자유와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시대에도 국왕이 역사를 함부로 못했는데 21세기 민주공화국 시대에 국가가 역사를 독점하겠다고 나섰다"라며 "학문과 권력의 싸움에서 시작됐지만 민주주의 주인인 국민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꾀하는 세력들에 대해 심판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야권은 이 체험관을 '진지' 삼아 '국정화 여론전'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하루 뒤인 26일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6주년을 맞아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또 27일 오후 광화문에서는 당 주최 첫 장외집회를 열고 28일부터 교과서 체험 '투어버스'를 마련해 전국 각지에서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문재인 #심상정 #천정배 #역사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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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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