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위험한 역사 시간> 북콘서트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이주한 연구위원, 정운현 사무국장, 곽노현 전 교육감, 이동형 작가.
김예지
국정화 추진 작업이 역사교과서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날 사회를 본 정운현 사무국장은 "역사교과서가 끝나고 나면 다음 타깃은 국어교과서"라며 "첩첩산중"이라고 표현했다. 이주한 연구위원도 "당연히 국어교과서는 그 다음 수순"이라며 "역사와 언어를 장악하면 그 나라를 장악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 보지 않았다. 동시에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거센 여론에도 주목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박근혜 정권이 선거에서 계속 이겨 오만의 극치에 달하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지만 (국정교과서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는 이동형 작가의 말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여론의 추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국정교과서 추진이 오판이었고 오산이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질 것"이라며 "역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못하다가도 철회하면 박수를 받는다"며 "빨리 (국정화에서 다른 방향으로) 트는 것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 추진 저지를 위해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동형 작가는 "국정교과서를 저지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며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독재자들은 언로가 다양해지는 것 싫어해 신문과 방송도 딱 하나만 하라고 한다"며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 가지는 것 싫어하기에 정치혐오증을 자꾸 부추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전 교육감은 "한 명이라도 더 국정화 반대를 조직해서 여론조사에서 8(반대)대 2(찬성)가 나오고, 그 이상이 나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사람들부터 더 많이 조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한 연구위원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우리가 너무나 빠른 속도전에 휘둘려 살고 있다"며 "천천히 생각하고 길게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자기 삶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국정교과서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자신을 역사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성은 "기존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17종의 (검인정)교과서는 문제가 없었나?"라는 질문을 던진 뒤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막는 건 당연하고,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근본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강단에서 역사를 가르친다는 젊은 교수는 중·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 등을 가르치는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국사 시험만은 5개 보기 중 답을 골라내는 오지선다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역사 수업 시간에 포스터를 그리거나 연극을 하기도 한다"며 "역사 수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다양한 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