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도톰하고 예쁜 멋진 꽃도감 가운데 하나이다.
자연과생태
어머니가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려주어도 몇 차례 듣고는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요즈음은 꽃도감이나 풀도감이 꽤 많이 나오지만, 1980년대에는 마땅한 꽃도감을 찾기도 어려웠고, 이런 책을 내려고 하는 출판사도 드물었어요. 그나저나 아무리 이름을 외우려고 하더라도 잘 못 외우겠더군요.
그무렵에는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왜 외우기 어려운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꽃이나 풀을 그리 안 좋아해서 이름을 못 외울 수도 있지만, 꽃이나 풀하고 언제나 함께 사는 하루가 아니었으니 이름을 알기 어려울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나물로 먹는다든지 짐승한테 뜯어서 준다든지 했다면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 나 스스로 온갖 이름을 꽃하고 풀한테 붙여 주었을 테지요.
돌나물은 씨앗을 잘 맺지 않는 성질이 있으며, 포기를 뽑아 버려두어도 말라죽지 않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정도로 강인하다. 주로 양지바른 돌 틈에서 자라고, 나물로 이용할 수 있어 돌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돗나물 또는 돈나물이라고도 부른다. (30쪽)
(둥근바위솔은) 예전에는 동해안의 방품링 밑이나 바위틈에서 많은 개체가 흔하게 발견되었으나 암 치료 좋다는 속설 때문에 자생지가 훼손되어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38쪽)김병기 님이 글하고 사진으로 묵직하면서 야무지게 묶은 <모둠 모둠 산꽃도감>(자연과생태,2013)을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이 '산꽃도감'은 멧꽃(산꽃)을 모둠으로 엮어서 보여줍니다. 꽃을 하나씩 따로 떼어서 살피지 않고, 비슷한 갈래에 있는 꽃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여주지요.
가만히 돌아보니, 이제껏 나온 수많은 꽃도감은 '비슷한 갈래'를 묶기는 하더라도, 이 꽃도감처럼 낱낱이 견주어서 저마다 어떤 풀이나 꽃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는 구실까지는 못했구나 싶습니다. 참말로 들이나 숲에는 비슷해 보이는 꽃하고 풀이 많거든요. 그래, 이 아이는 이 꽃이었지 하고 똑똑히 가르기 어려울 만하다고 할까요.
(백작약은) 커다란 흰 꽃이 피어나는 모양이 함박웃음을 짓는 것 같다고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81쪽)
들바람꽃은 경기도 북부와 백두대간 중부 이북지역 일부 높은 지대의 한정된 장소에만 자생해 만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와 달리 중국 동부지역과 러시아에서는 습기 있는 들판에서 자상해 들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