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건릉 솔숲
김종길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고 소나무에 죽는다."우리에게 소나무만큼 친근한 나무가 또 있을까. 동네 뒷산이나 마을 언덕배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나무. 너무나 흔하디흔한 나무였지만 소나무가 주는 의미와 기상은 다른 나무에 비할 바 아니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존재인 소나무. 무리지어 숲을 이루거나 홀로 당당하게 들판에 서 있는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알고 있던 그 소나무인가 여길 정도로 소나무에 대한 여태까지의 인상은 확 달라진다. 친근하면서도 위엄 있고 엄숙하면서도 고요하며,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 고귀한 자태를 지닌 것이 바로 우리네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자연미는 곧 소나무의 아름다움에 다름 아니다. 예부터 선조들은 무덤 주위에 소나무를 심었다. 더구나 왕릉에는 잣나무와 더불어 소나무가 가장 어울리는 나무로 취급되었다. 실례로 1428년에 태조의 능인 건원릉을 찾은 세종은 "능침에는 예로부터 송백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 쓸데없는 나무를 뽑아버리고 송백을 심도록 하라"고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