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2월<경인일보>(지금의 <경인일보>와는 다른 신문)실린 혼혈아 모집 광고. 대한민국 정부는 혼혈인들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국외로 내보내서 돈을 벌었다.
경인일보
해외로 입양된 사람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4만여 명이 혼혈인이다. 혼혈아동들은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대다수 해외 입양됐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 등으로 입양됐는데, 절대 다수는 미국으로 입양됐다. 해방 이후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면서 잉태한 모순이다.
기자는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인천시 부평의 보육시설에 있다가 1979년에 미국으로 입양됐는데, 엄마를 찾고 싶다는 S씨의 사연이었다. 몇 차례 직·간접적으로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돕다보니 온 연락이다. 어린 나이에 입양된 S씨는 이국에서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 잘 성장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한국에 살아있을 수도 있을 엄마를 찾고 싶어졌다.
그는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의 여러 기관에 연락했지만, 대답은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S씨는 얼마 전 직접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입양 전 생활했던 인천시 부평구 소재 보육시설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엔 성당이 들어섰다. 다행히 그 곳에서 수녀님을 만나 잃어버린 기억 한두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게 그가 얻은 유일한 소득이다.
그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중앙입양원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S씨가 요청한 정보는 하나다. 엄마의 이름. S씨와 관련한 친권 포기 각서엔 정보공개에 관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그래서 S씨는 중앙입양원에 입양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실무자는 '신청해 봐야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S씨는 중앙입양원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에 근거해 친모의 동의 없이는 어떤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중앙입양원의 입장이다. 입양 특례법 5장(입양아동 등에 대한 정보의 공개)을 보면, 입양인의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하게 돼있다. 생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엔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S씨처럼 친생부모를 찾기 위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중앙입양원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얼마 전 <한국일보>가 보도한 사례는 충격을 줬다. 해외 입양된 애니킴(28)씨는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중앙입양원에 입양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중앙입양원은 "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직접 중앙입양원을 방문해 우여곡절 끝에 친생모의 주소를 알게 됐고, 직접 찾아갔다. 친모가 자신을 찾는 것을 싫어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친모는 "입양기관이 보낸 편지에 본명이 잘못 적혀 있어 확인을 부탁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모가 애니씨를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양기관의 소극적 대응으로 친생부모의 정보 제공 의사 표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친생부모를 찾고자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한 입양인이 2012년 258명에서 2013년 1252명, 2014년 16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1654명이었다.
2014년 이후 친생부모가 입양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비율은 69%(1009건)다. 정보 제공 미동의 사유 중 '친생부모가 상봉을 원치 않아'는 87건(9%)에 불과했다. 나머지 922건(91%)은 연락은 됐지만 회신이 없는 경우였다. 중앙입양원 쪽은 "배우자의 과거 입양 사실을 알고 친부모의 새 가정이 파탄 나는 등의 문제로 친부모의 의사를 묻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연락이 닿는 경우가 적은 것은 전보나 등기를 보내는 식으로 연락을 취하기 때문"이라며 "경찰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친부모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