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그렇다면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어른이라 부르기엔 왠지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할머니 사노 요코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유쾌하게 발산하며 웃음과 깨달음을 함께 전한다. 100만 번이나 죽고 100만 번이나 살았던 얼룩 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로 잘 알려진 그는, 고양이와는 달리 70년이 조금 넘는 인생을 한 번 살았다.
마지막 몇 년을 암과 함께 보냈으면서도 사그라드는 삶이 아니라 늘 피어오르는 삶을 보냈고, 그 이야기를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 두 권의 책으로 남겼다. 올해 한국에 차례로 소개된 두 책은, 그의 말마따나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맞아 마땅한 생활의 롤모델을 찾을 수 없는, 그리하여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젊었든 늙었든 늙어가는 과정에 올라선 많은 어른에게 귀감이 되었다.
어른은 깨닫는 존재이지만, 나아가 그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누구나 처음 어른이 된다.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그럼에도 자신의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자신의 시대에 뒤처진 노인들은 모두 이런 식이겠지. 이미 늙었으면서도 젊은이나 요즘 시대를 필사적으로 따라잡으려드는 노인은 볼썽사나워서 싫다." 조금 알겠다 싶어도 여전히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있다."
앞서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니 사노 요코의 말도 기억이 난다. "이제 와 네다섯 살로 되돌아가서 한 번 더 살라고 해도 끔찍하다. 그것만큼은 참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지금 정도에만 머무르면 좋겠다는 치사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만, 이런 어른들을 만나니 어쩐지 나도 멋지게 한 살 더 먹고, 그만큼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생긴다.
역시 새해란 이래서 좋은 것 아니겠는가. 되든 안 되든 산다는 것,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꿈꿀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 요시모토 바나나의 즐거운 어른 탐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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