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성의 모습 (왼쪽부터) 담장(일본 구마모토성熊本城 사례), 전투형 누각(요마츠아마성伊像松山城), 삼지환 출입구(카부키몬冠木門, 아코성赤穗城), 본환 출입구(야구라몬櫓門, 히코네성彦根城)
울산중구청
이지환으로 연결되는 본환의 북쪽 출입구는 안으로 꺾여들어간 'ㄱ'자 형태로 만들어졌다. 당시 일본인들은 이런 출입구를 '마스가다 고구치(枡形虎口)'라 불렀는데, 일본 성곽 중 가장 발달한 형식이었다.
마스가다 고구치는 외부의 적이 문 안을 볼 수 없게 만듦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고, 만약 통과하려는 공격자가 있으면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율성을 자랑하는 구조였다. 그런 점에서 마스가다 고구치는 우리나라 성곽의 옹성(甕城)과 비슷했다.
가토는 석축과 석축 사이에 누각 건물을 걸친 후 그 아래에 출입문을 단 2층 성문(櫓門, 야구라몬, 위 사진 맨 오른쪽)을 만든 다음, 2층 벽면에 총구를 만들어 조총 사격의 거점으로 사용했다.
가파른 언덕을 기어올라야 하는 아군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편한 자세로 사격을 하는 일본군에 비해 원초적으로 불리했을 뿐만 아니라, 휼륭한 은폐 및 엄폐물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적군과 달리 몸을 드러낸 채 싸워야 했다. <신편 한국사>가 '(울산왜성 전투는 일본군의) 조총전에 매우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라고 기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층 성문 벽면에 조총 사격할 총구 구멍 설치이지환은 축성 당시 성벽 둘레가 462m였고, 성벽 상부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담장(위 사진 맨 왼쪽)을 설치했다. 성벽 모퉁이에는 전투형 누각(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2개를 건립했다. 물론 담장과 누각은 삼지환의 성벽 위에도 설치되었다. 다만 삼지환에 설치된 외부 출입용 문은 아주 간단한 구조를 지닌 단층문(冠木門, 카부키몬,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이었다.
▲필자가 추천하는 울산왜성 답사로
정만진
울산왜성 답사로 |
* 주차장에서 학성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산 정상부로 가는 계단길이 나온다. 그러나 이 계단길만 걸어서는 울산왜성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성은 무릇 성벽 아래에서 위로 보아야 실감이 난다.
닦여진 길은 없지만 <'봄 편지' 노래비>에서 곧장 길을 오른쪽으로 이탈하여 산비탈, 즉 성벽 비탈을 걷는다. 무너져 곳곳에 쌓인 돌들이 울산성 전투의 격렬한 현장을 실감나게 해준다. 대략 중간쯤 왔다 싶은 곳에서 위로 쳐다보면 공원 정상부의 평평한 땅과 울산왜성 사적비가 보인다. 여기서 비탈을 타고 곧장 올라간다.
(1) 울산왜성 사적비를 읽는다. 1차, 2차 울산성 전투의 경과를 학습하고, 또 문화재자료를 사적이라고 새겨놓은 까닭도 헤아려본다. (2) 사적비 앞에 조성된 작은 동백나무 단지를 본다. 가등청정과 관련되는 내용이므로 반드시 안내판을 읽어야 한다. (3) 사적비와 동백나무 단지를 오른쪽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면 본환(안내판과 유적)이 나온다, (4) 본환 유적을 둘러보는 중 <김홍조 공적비>를 보게 된다. 울산왜성은 1913년 이래 학성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경상좌병영 우후를 역임한 후 계몽운동가로 활동한 김홍조(1866-1922)가 이곳 일대의 개인 소유지 23,141㎡을 사들여 흑송, 매화나무 등을 심은 것이 공원화의 시초였다. 그러나 미처 조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는 사망했고, 1927년 아들 김택천이 아버지의 유업을 잇기 위해 땅과 식목을 울산면에 기증했다. 1928년 4월 15일, 울산 최초의 도심 공원 '울산 공원'이 탄생한다. (5) <김홍조 공적비>에서 편편한 산책로를 따라 걸어 이지환 터를 답사한 후 (6) 삼지환 터(처음 공원 안으로 들어올 때 진입한 광장)로 들어간다. (7) 삼지환 터에 있는 <'봄 편지' 노래비>의 동시를 읽는다. (8) 노래비와 마주보는 채로 광장 건너편에 서 있는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추모비에 참배한다.
* 박상진 의사 추모비 뒤에 서서 도로 건너편 높은 곳에 있는 충의사를 바라본다. 지금의 충의사 자리는 울산성 전투 당시 조명연합군이 본부를 설치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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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는 학성도 부수어 없앴지만 이곳에서 자라고 있던 꽃 한 종도 종적을 감추게 만들었다. 가토는 '울산동백' 또는 '오색팔중산춘'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받아온 이곳의 동백꽃을 모두 캐내어 도요토미에게 선물로 보냈다.
울산동백은 한 그루에 여러 색깔의 여덟 겹 꽃잎이 피어나는 겹꽃으로 일반 동백처럼 꽃잎이 통째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잎 한 잎 흩어지며 낙화하고, 개화 시기가 3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특징을 지닌 희귀 품종이다. 게다가 울산동백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것이 죄가 되어 울산동백은 가토의 검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