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년예술활동가 홍승희가 국회 앞에 설치한 종이박스집. 홍씨는 청년 주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종이집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Bezzangi Park
"'청춘의 집'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나는 이 고민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은 단순히 복층 원룸이라거나, 이케아 가구를 들여놓은 인테리어 공간을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찾고 싶은 '청춘의 집'은 삶을 담는 그릇, 온전한 그릇으로서의 집이다."(p.218)<청년, 난민 되다>는 서울과 타이베이, 홍콩, 도쿄 청년들의 집이 '그저 살아가는 곳에 그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온전한 그릇으로서의 집"을 만드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소개한다. 2014년 10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고급 아파트 앞에서 노숙을 벌인 대만의 '새둥지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운동은 그해 말 치러진 지방선거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월세 지원 등으로 대학생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홍콩의 대학, 안정적인 주거 환경 구축과 더불어 인적 관계의 회복을 고민하는 일본의 긱(Geek)하우스, K2 인터내셔널의 사례도 있다.
<청년, 난민 되다>는 이를 기반으로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청년 주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좋은 집을 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숙사비 인하 운동, 주거 장학금, 사회 주택, 공유 주거 등.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이건 결국 '정치'의 문제라고 정리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뚫을 수 있는 건 결국 정치다."(p.291) 이들이 '정치'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의 "'사적'인 공간은 그 무엇보다 '공적'"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방, 그 안에 담긴 삶이 망가지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가능성을 잃은 청춘'은 '미래를 잃은 나라'로 이어진다.
"청년 주거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청년이 다음 세대로 이행할 '기회'를 주는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문제다. (중략) 지금의 도시가 청춘에게 빼앗고 있는 건 그저 '월세'가 아니다. 기회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음과 내일에 대한 상상이다."(p.310)책의 말미엔 '흙수저 게임'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청년, 난민 되다>는 이 게임의 핵심이 "매 턴마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그에 따라 이 모든 선택의 질서를 바꾸는 데 있다"고 말한다. 선택지가 있다. 게임의 법칙을 바꿀 것인가, 순응하며 살 것인가. '내일에 대한 상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청년, 난민 되다 - 미스핏츠, 동아시아 청년 주거 탐사 르포르타주
미스핏츠 지음,
코난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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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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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같은 원룸 떠도는, '난민'이 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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