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아나운서 웹진 '언어운사'(言語運士) 창간식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물론 7년이 넘는 시간을 짧다고 볼 수는 없다. 약속을 어겼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 발언의 무게감을 감안한다면 그가 얘기했던 '끝까지'가 의외로 짧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그때 왜 그렇게 자신감을 보였던 걸까.
MBC라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단단했다. 당시 그는 '이제는 자유롭게 MBC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 같나'란 질문에 "MBC라는 조직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것 같다"며 "MBC가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게 제약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도 그렇고, 내가 나가든 여기 있든 특별히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바로 이 지점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져야 할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손석희 앵커는 "황우석 신화를 다룬 <PD수첩> 방송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MBC란 조직이 갖고 있는 엄청난 강점 때문"이라며 "MBC라는 조직의 강점은 내·외부로부터 경직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고작' 10년 만에 MBC는 다른 차원에서 '눈물나는' 조직이 되고 있다. 당장 '백종문 녹취록' 사건만 봐도 그렇다. 공영방송 경영진의 핵심 인물이 "증거 없는 해고"와 프로그램 제작 개입을 본의 아니게 인정했다. 그런데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MBC 경영진은 사적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고, 경영진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문화진흥회는 녹취록만 끼고 있는 모양새다.
아니, 공교롭게도 오늘(16일), 일이 있긴 있었다. MBC 보도국장이 <뉴스데스크> 여론조사 보도 왜곡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한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 이 정도면 MBC라는 조직이 내·외부로 뻣뻣한 수준을 넘어 부러지기 직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손석희'보다 더 중요한 것은...손석희 앵커를 <시선집중>에 처음 발탁했던 MBC PD 출신, 정찬형 교통방송(tbs)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의 MBC는 제작 환경이 자유롭지 않다"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제작 현업 부서가 아닌 쪽으로 너무 많이 밀려나 있다. 철저하게 잘못돼 있는데도 개선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정권 입맛에 따라 휘둘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MBC란 조직이 갖고 있던 강점은 언제든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을 10년 전 손 앵커 기자 간담회가 '오늘' 증명한다. JTBC 역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진지'임에 분명하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전혀 차이 없는 어제의 손석희나 오늘의 손석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별 차이 없는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더욱, 아직 부러지지 않고 있는 MBC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MBC가 '공영방송'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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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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