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트 강.그룬트를 휘감아 도는 알제트 강변의 모습이 적막하고 한가하다.
노시경
그룬트 마을 앞에는 알제트(Alzette)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폭은 좁지만 수량은 많아 강물이 가득하고 그 위에는 세상 편한 오리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다. 그 강의 수면에 비치는 그룬트의 주택들과 하늘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다리 건너편에는 골목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잘 숨어 있다. 강 바로 앞에는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강변에 의자를 내 놓은 한 식당이 있고 젊은 아가씨 두 명이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수다를 떨고 있는 이 아가씨들의 손을 유심히 보니 담배가 들려 있었고 눈길이 마주치자 괜히 겸연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주택가 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한적하게 걸었다. 이곳의 중세시대 주택들을 보면 마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아서, 길을 걸으면 마치 중세시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사람을 빼고 흑백사진을 찍는다면 몇 백 년 전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길 가의 주택들은 과거의 건물들을 말끔하게 보수하여 사용하고 있다. 집들의 겉모습만으로도 집주인들의 생활 수준이 짐작될 정도로 집들의 상태는 말끔하고 매력적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관광객 한 명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마을의 길가에는 가로등 아래에 기획전시 배너를 걸어놓은 룩셈부르크 자연사박물관(Luxembourg natural history museum)도 있다. 아! 이렇게 운치 있는 주택가 안에 국립 박물관이 포근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부럽기만 하다. 박물관이 문을 닫는 월요일이라 박물관 안에 들어가 보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