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
웅진지식하우스
한국에서는 대학에 다녀야 하는 일에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고, 갈 수 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하는 일이다. 어떤 학교의 이사장이 올해 SKY에 입학한 사람이 적다며 교사를 질책했다고 한다. 참, 한국에서는 느긋한 여유를 가지며 사는 일이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며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만나는 저자의 여행은 부러웠다. 답답한 수업이 있는 대학 캠퍼스를 오가는 일과 비교하면 정말 여행이 백 배, 천 배는 더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았다.
인적이 끊긴 거리를 걸어 돌아오는 길, 수연 씨가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듯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바텐더라고. 한국에서는 바텐더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해서 용기를 못 냈는데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단다. 바텐더 자격증도 따놓았다는 스물다섯 그녀는 돌아가면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구나. 그래, 여행이 우리가 품은 질문에 답을 주진 않지만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긴 하지. 일단 나아가면 결국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던져진 질문과 마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수연 씨도, 하나 씨도, 나도 저마다의 질문을 품고 이곳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본문 74)블로거 김동범(바람처럼)님은 지금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나서 무작정 돌아다니고 있는 그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과감히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저자도 마찬가지다. 6~7개월 일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을 현실에서 몇 명이 과감히 선택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 내 집을 마련해 거주하는 일이 아직은 우리에게 최선의 일로 손꼽힌다.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렇듯이, 다른 사람도 마음속에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과 집을 오고가야 하는 대학생도, 직장과 집을 오고가야 하는 직장인도, 새 일을 찾아 떠도는 은퇴자도 모두 한결같이 자유롭게 내 삶을 살고 싶을 것이다. 인생은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일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낯선 나라 발리, 스리랑카에서 알지 못했을 사람과 만나거나 알지 못했을 길을 걷는 일은 대단히 평화롭게 느껴졌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호흡을 길게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저자의 글이 더욱 책을 평화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후에 관광 명소를 찾아가는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닌, 길을 걸어 다니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머무를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당장 대학 등록금으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애써 그 마음을 책으로 여행하며 오늘을 나는 버티고 있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다시 마주해야 할 불편함 속에서 여유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소개해주고 싶다. 여러 욕심이 뒤엉켜 불협화음을 내는 목소리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면, 잠시 책을 읽어보며 다른 곳에 있는 나를 상상해보자. 지친 몸을 일으켜줄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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