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근래 드물게 출간 1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한 <28>의 정유정 작가는 간호학을 전공했다. <28>은 인수 공동 전염병에 대한 내용으로 작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발상이라 생각된다. 또한 그녀가 <7년의 밤>을 통해 보여준 재난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간호학이란 전공이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데 도움이 됐을 거라 본다.
그녀의 소설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관통했다. 종이로 된 소설책이 상당히 그 판매가 어려워진 이 시기에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의 작가 장은진의 전공은 지리학이다. 그녀는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빈 집을 두드리다>, <앨리스의 생활방식> 등의 작품을 통해 외로움에 대한 독특한 성찰로 꾸준히 사랑 받아오고 있다.
꼭 그녀의 전공과 꼭 관련이 있다고 하기엔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나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곳 저 곳 쉼 없이 걷기만 하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속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도 작가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발상은 아닐 거라 추측한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 3위에 랭크 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코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그의 매력은 <유성의 인연> <빨간 손가락> 등 다양한 미스터리 작품에서 보이는 비극적 황량함 속 힘겹게 피어나는 휴머니즘이다. 그의 작품 속 비극의 황량함은 그 어떤 다른 작품보다 상당히 리얼한 언어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엔지니어로서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도플갱어를 다룬 <레몬>과 스포츠의학의 폐해를 다룬 <아름다운 흉기>, 로봇에게 심장을 불어넣는다는 설정의 살인릴레이를 다룬 <브루투스의 심장> 등의 독특한 소재와 깊이 있는 내용의 구성은 그의 이색적인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또한 <동경만경> <일요일들> <랜드마크>로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보여준 요시다 슈이치의 전공 또한 이색적인 경영학이었다.
순문학 외 다른 분야를 살펴보자면, 최근 인기 웹소설 <허니허니웨딩>의 노승아 작가는 웨딩사진 작가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매일 결혼하는 커플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남다르게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일 터. 그 직업 현장 속 매일의 일상이 그 소설 속에 많이 녹아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