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간호학, 식품영양학인데 작가로 떴다

정유정, 장은진, 히가시노게이코,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이색 전공

등록 2016.03.07 15:06수정 2016.03.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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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까? 당연히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런 전공으로 직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글을 써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국어교사나 기자가 될 꿈이 아니라면 해당 학과에 들어가는 건 사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뚝심 있게 관련 학과에 들어가 20대 초반부터 글쓰기에 전념한다면 작가로서의 자질을 남보다 일찍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상당히 많은 유명 작가들이 이색적인 전공과 이색적인 직업 출신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근래 드물게 출간 1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한 <28>의 정유정 작가는 간호학을 전공했다. <28>은 인수 공동 전염병에 대한 내용으로 작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발상이라 생각된다. 또한 그녀가 <7년의 밤>을 통해 보여준 재난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간호학이란 전공이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데 도움이 됐을 거라 본다.

그녀의 소설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관통했다. 종이로 된 소설책이 상당히 그 판매가 어려워진 이 시기에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의 작가 장은진의 전공은 지리학이다. 그녀는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빈 집을 두드리다>, <앨리스의 생활방식> 등의 작품을 통해 외로움에 대한 독특한 성찰로 꾸준히 사랑 받아오고 있다.

꼭 그녀의 전공과 꼭 관련이 있다고 하기엔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나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곳 저 곳 쉼 없이 걷기만 하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속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도 작가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발상은 아닐 거라 추측한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 3위에 랭크 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코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그의 매력은 <유성의 인연> <빨간 손가락> 등 다양한 미스터리 작품에서 보이는 비극적 황량함 속 힘겹게 피어나는 휴머니즘이다. 그의 작품 속 비극의 황량함은 그 어떤 다른 작품보다 상당히 리얼한 언어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엔지니어로서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도플갱어를 다룬 <레몬>과 스포츠의학의 폐해를 다룬 <아름다운 흉기>, 로봇에게 심장을 불어넣는다는 설정의 살인릴레이를 다룬 <브루투스의 심장> 등의 독특한 소재와 깊이 있는 내용의 구성은 그의 이색적인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또한 <동경만경> <일요일들> <랜드마크>로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보여준 요시다 슈이치의 전공 또한 이색적인 경영학이었다.

순문학 외 다른 분야를 살펴보자면, 최근 인기 웹소설 <허니허니웨딩>의 노승아 작가는 웨딩사진 작가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매일 결혼하는 커플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남다르게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일 터. 그 직업 현장 속 매일의 일상이 그 소설 속에 많이 녹아있지 않을까 싶다.


 <식샤를 합시다>의 한 장면.
<식샤를 합시다>의 한 장면. tvn

마지막으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임수미 작가의 전공은 식품영양학과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한 끼 식사에 대한 거룩하리만치 열성적이었던 찬양이 어디서 나왔다 싶었는데 이유가 어느 정도 그녀의 전공에 기인했을 거라고 본다.

글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무엇이든 하루하루 열심히 매진하길 바란다. 당신의 그 하루가, 당장 글을 쓸 수 없어 마음 졸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 하루가 쌓여 어느 날 당신의 글 속에 펼쳐질 날이 올 것이다.

시작이 늦은 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 시작에서 어떤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지는 상담부분 당신의 오늘이 결정하는 것이니. 글쓰기를 연마하며 살지 못한다면 좀 살고 나서 연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열심한 오늘의 하루가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의 꿈을 현실로 일궈낼 것을 믿으며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기다리기 바란다. 그래도 된다.
#작가 #노승아 #국문과 #히가시노게이코 #장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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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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