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체부동의 유명 맛집인 <토속촌삼계탕>. 주차장 쪽 가옥은 동농 김가진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망명하기 직전 그가 살았던 집이다.
유영호
귀족 작위도 거부하고 망명 투쟁에 나선 74세의 노인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삼계탕을 선전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곳 식당이 이처럼 장사가 잘 되면서 기존 식당과 붙어 있던 바로 옆집도 사들이며 공간을 확장하였는데, 지금의 주차장 쪽으로 확장된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확장된 이 집이 본래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이 중국으로 망명하기 직전 살았던 곳이기 때문에 발길을 멈춘 것이다.
김가진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청나라와 싸우다 강화성이 함락되자 문루에 있던 화약에 불을 지르고 순직한 척화파의 거두 장동 김씨 김상용의 12대손이다. 그는 대한제국 시기 입헌군주론을 주장했으며, 독립협회도 참여해 창립 당시 8인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59세가 되던 1904년 종1품 승정대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대한협회, 대한자강회, 기호흥학회 등을 통해 애국 계몽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미 정세는 개인 자격으로 혼자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정세 속에서 결국 1910년 경술국치가 이루어지자 그는 칩거하였다. 그런데도 총독부는 대한제국 중신들에게 작위를 수여하면서 김가진에게도 작위를 수여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작위에 따른 연금 수령을 단호히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