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의 진달래꽃 향연

등록 2016.04.20 10:41수정 2016.04.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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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에 걸쳐 있는 진달래꽃 산행지 무학산을 다녀왔다. 두척산 또는 풍장산으로 불렸던 무학산은 서마지기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주릉이 이어지고 시내와 가까워 등산로도 다양하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렸고 신라 말기 최치원이 산의 형상이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나는 것과 흡사해 무학산(舞鶴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온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국회의원선거 전날이라 거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시내를 지나며 회원들을 태우고 문의IC로 청주상주고속도로에 들어선다. 날씨가 흐리지만 차창 밖 먼 산에는 활짝 핀 산벚꽃이 멋지게 수채화를 그렸다. 늘 그렇듯 가래떡, 모시떡, 삶은 달걀, 막과자, 빵, 커피가 연달아 자리로 배달된다. 돈을 써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첫 번째 들른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에서 우연찮게 내 고향 청주시 내곡동의 어른들이 나들이 가는 차량을 만나 찬조도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휴게소에 들르고 칠원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마산시내로 들어서 10시 40분경 마산합포구 교방동의 서원곡주차장에 도착했다.

 관해정에서 백운사까지
관해정에서 백운사까지변종만

차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물가로 나무 데크길을 따라가면 관해정, 원각사, 백운사를 차례로 만난다. 관해정은 키가 큰 은행나무 보호수 앞에 있는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2호로 조선시대의 광해군 때 정구가 초당을 지어 제자들에게 시서를 강론했던 곳에 그의 제자 장문재가 스승을 위하여 세운 정자다.

담장 옆에 한글로 미륵존불이라고 써있는 돌이 있다. 원각사는 서원곡 중턱에 자리 잡은 마산 지역 태고종의 중심사찰로 성직자 신분으로 인정해 주는 수계 사찰이다. 백운사는 불교 의식 중 하나인 불모산 영산재(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2호)가 보존되고 있는 사찰로 이름이 높다.

 중간전망대 지나 서마지기로
중간전망대 지나 서마지기로변종만

서원계곡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야외에 무학산체육관이 있다. 숲속 좁은 공간에도 운동기구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봐 지나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보인다.

작은 폭포를 지난 오르막에서 막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마산시내와 남해, 마창대교와 창원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중간전망대를 만난다. 특히 바닷가로 여행하는 날은 날씨가 맑아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다.


다시 오르막에서 힘을 내다보면 소나무로 만든 무학산의 명물 365사랑계단이 나타난다. 자신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위에 서서 추억 남기기를 하느라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밝다. 나는 이곳을 찾은 4월 12일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겼다.

 서마지기 진달래군락지 풍경
서마지기 진달래군락지 풍경변종만

마지막 365계단인 12월 31일을 올라서면 옛날 평수로 600평을 뜻하는 서마지기란 이름의 넓은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서마지기 주변의 진달래군락지를 만발한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물들였다. 꽃잔치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눈이 시릴 만큼 붉게 물든 진달래꽃밭을 배경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찰칵 찰칵" 멋진 추억을 담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무학산 정상 풍경
무학산 정상 풍경변종만

다시 서마지기와 정상을 잇는 365건강계단을 걸으며 진달래꽃의 향연에 감탄한다. 암봉으로 이뤄진 정상에 오르면 헬기장, 철탑, 태극기가 펄럭이는 게양대, 마산 삼월정신의 발원지와 높이 761.4m를 알리는 표석을 만난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대곡산과 시루봉 방향의 능선에도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돝섬과 마창대교는 물론 뒤편으로 거제시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에서 내려와 서마지기의 나무의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전망바위 지나 편백나무 웰빙숲까지
전망바위 지나 편백나무 웰빙숲까지변종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 하루였다. 첫 산행이라 무학산에 대해 아는 게 부족했다. 올 봄에 아내와 항일운동가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일사각오'를 봤다. 그때 주 목사님이 조국을 위해 기도했던 십자가바위가 무학산에 있다는 것도 막 산행을 시작하면서 떠올렸다.

서마지기에서 차가 있는 마산여중 방향으로 가지 않고 성로원(교방동) 방향으로 접어들어 짧은 시간이나마 길을 헤맸지만 덕분에 조망이 좋은 전망바위와 편백나무 웰빙숲을 만나 호사를 누렸다.

각박한 것 같아도 세상의 인심은 아직 살아있다. 달맞이고개를 지난 둘레길에서 돌탑 쌓는 분이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줬고, 산막이옛길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 칠성면이 고향인 마산회원구 회원동의 희망촌교회 목사님 내외는 지름길 안내는 물론 화장실 이용 편의까지 제공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학산 #관해정 #원각사 #백운사 #서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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