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의 설레는 시골생활설레는 전북 완주군 삼례로 귀촌한 1인 가구다. 시골서 그는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며 하루하루가 설레는 나날이라고 한다.
유성호
1인가구는 도시에만 살지 않는다. 시골에서 대안적이 삶을 살아가는 1인가구의 모습은 어떨까? 설레(33)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설레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에 산다. 서울서 코피 쏟으며 일하다 우연히 완주로 이직하게 돼 귀촌생활을 시작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했으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변함이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을 그만두고 삼례를 어슬렁거리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을 알게 돼 조합원이 됐다. 씨앗 활동을 하면서 설레는 잠자던 재능을 발견했다. 그림이다. 동네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디자인하고 책으로 만들었다.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삼례 산책길 지도도 만들었다.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못했으나 마음만은 풍요로웠다. 한 달 수입이 50만 원 남짓인데 생활비로 쓰면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월세 30만 원으로 21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는 거다. 그는 대도시에서 다른 소비 패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집값이 싸죠. 그리고 여기엔 소비를 자극하는 광고가 적어서 충동적인 소비가 덜해요. 눈에 보여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여기는 편의점이 전부거든요. 쇼핑을 하려면 일단 멀리 나가야 하니까요(232P)."농촌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설레. 그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1인 가구다.
시골로 터전을 옮긴 것은 유라(29)도 마찬가지다. 다른 게 있다면, 그는 설레보다 좀 더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는 거다. 흉악범만을 수용하기로 이름난 청송교도소가 있는 동네서 유라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라는 1년 전 청송군 진보면사무소 근처에 집을 얻었다. 두루(32)와 함께 살 집이다. 두 사람은 청송의 고춧가루를 팔다가 만났다. 이제 둘은 청송창조지역사업단에서 같이 일한다. 산나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거다. 밭에서 청송의 어르신들과 함께 산나물을 기르고 내다 판다. 서울 시민은 성수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소녀방앗간'에 가면 '황태한 어르신 고춧가루', '황관장네 된장', '방위순 할머니 간장' 등과 같은 먹거리를 살 수 있다.
두 사람은 산나물만 내다 파는 게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산나물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거다. 이야기가 쌓여 지난 2014년 산나물에 얽힌 <오지의 메리트>라는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인디밴드 옥상달빛의 노래 <없는 게 메리트>라는 곡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노래 가사처럼 불편함을 택한 젊은이들의 오지생활, 청송 생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그렇다면 유라는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어려서 잘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서른다섯, 마흔이 돼서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늘 스스로에게 반문하곤 해요. 그래도 저는 청송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편한 것만 찾으면 내 능력치도 한계가 생겨서 그저 손바닥 수준에 머물겠죠. 농촌에서는 스스로 움직여야 하니까 능력치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제 무서운 것도 겁나는 것도 없어요."(221P)책 속에 없는 새소식이 있다. 유라가 곧 결혼을 한다. 청송에서 평생을 함께할 단짝을 만난 거다. 이제로 인생 1막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기 싫었던 1인 가구의 생활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인가구가 결혼이라는 관문으로 가기 전, 잠시 거쳐 가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듯 그는 청송에서 계속 스스로 중심이 되어 타인과 관계망을 만들어갈 것이다. 인생 2막은 아마 <결혼해도 구속되긴 싫어>가 되지 않을까?
책장을 덮으며, '전환마을은평'을 팔로잉했다현실 속 1인가구의 삶이 더 궁금한가? 책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에는 단순히 결혼을 못한 미혼 남녀만 있지 않다. 자발적으로 비혼을 선택한 이도 있고, 결혼을 했다가 혼자가 된 이도 있다.
독거 노인도 1인가구이고 부모로부터 독립해 셰어하우스에서 여럿이 모여 사는 청년들도 1인가구다. 책장을 덮으며, 기자는 페이스북 페이지 '전환마을은평'을 팔로잉했다. 책에 소개된 소란(38)이 활동하는 곳이다. 1인가구로 마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홍현진.강민수 지음,
오마이북,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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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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