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 읽는 딸.
최은경
뭐가 좋은 책인지 몰랐던 시절엔 그저 무한 검색질 끝에 '엄마들이 좋다'는 그림책을 선택했다. <달님 안녕>이 대표적. '이게 뭐가 좋아서 그림책계의 레전드'라는 거야. 아이의 폭발적인 반응과 달리 나는 그저 시큰둥 했다.
그런데 웬걸.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라더니 그림책을 볼수록 그 세계는 내게 신대륙이었다. 단순한 그림과 몇 문장 안 되는 글이 전부인 그림책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집에서는 아이에게 치이고, 직장에서는 사람에 치이던 내가 그림책에서 위안을 얻게 될 줄이야.
유타 바우어의 <고함쟁이 엄마>를 읽을 때는 몰래 눈물을 닦았다. 꼭 내 모습 같아서. 그때부터 개척자의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 읽어줄 책들을 찾아 헤맸다.
처음엔 내가 읽고 좋은 책을 아이에게 읽혔지만, 아이가 글을 읽고 쓸 만큼 크면서 부터는 아이가 읽고 좋은 책을 따라 읽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연재한
<다다와 함께 읽는 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마이뉴스>에는 그림책과 관련한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 1년간 들어온 기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최혜정, 우상숙, 최종규 기자가 고정적으로 연재 중이고, 이민희, 송은미, 권순지 기자 등이 간헐적으로 아이와의 일상을 그림책과 엮어 사는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어느 언론사에서 이렇게 많은 그림책 기사를 다룰까. 최근 몇 년 사이 그림책 성인 독자층이 늘고 있다는 흐름과 무관치 않으리라. 그들의 기사를 읽다가 문득 궁금했다. 이들은 왜 그림책을 보게 됐을까, 그리고 왜 글까지 쓰게 됐을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① 그림책이 건네는 세상살이 이야기, 최혜정 시민기자
"아이들의 세상을 담던 그림책이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그리며 인간의 '삶'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내포독자를 '어린이'에게만 한정하지 않으니 내용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철학과 역사,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담은 그림책의 함의를 찾아내는 재미에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더욱이 결말이나 그림책의 주제를 한정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찾아가도록 던져주는 요즘 그림책들은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어른들에게 생각의 여백을 찾아줄 것이라 기대합니다."② 사춘기 아이에게 보내는 그림책 편지, 우상숙 시민기자"하루하루 고단한 일상에서 책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피곤함에 지쳐 소파에 누우면 TV 리모컨에 저절로 손이 갑니다. 그럴 때 그림책을 펼쳐보면 어떨까요. 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매개체로 그림책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그림책 특유의 따뜻한 상상력은 세파에 지친 마음을 녹여줄 거예요. 그 따뜻함이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랍니다." ③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최종규 시민기자"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와 함께 읽는' 책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어린 사람 눈높이와 마음결'에 맞추어 이야기를 펼칩니다. 군더더기도 지식도 모두 덜어내어 '삶을 사랑하는 살림'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는 생각을 북돋우도록 돕거나 이끄는 책이 그림책입니다. 살아가고 사랑하며 살림하는 이야기에 재미와 웃음과 눈물과 꿈이라고 하는 노랫가락을 담는 게 그림책이기에 언제나 아이들하고 함께 읽고 즐깁니다."④ 그림책 육아일기, 송은미 시민기자"아이에게 똑같은 그림책을 하루에도 여러 번 읽어주다 보니, 글을 읽느라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과가 쿵>과 같은 단순한 그림책에도 오고 가는 개미와 벌, 계속 사과를 먹는 두더지 등 글자 넘어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습니다. <눈물바다>를 보며 슬펐던 내 마음이 치유됐고, <고슴도치 엑스>를 보며 개인의 욕망과 개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림책은 짧은 시간에 한 권을 볼 수 있고, 여러 번 보아도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다르기에 질리지 않아요. 표지와 면지에서부터 인물의 크기와 작은 소품까지, 그림을 보며 생각할 거리는 무수히 많죠. 그래서 저는 도서관에 가면 아이가 읽을 책 외에 제가 읽을 그림책도 꼭 빌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