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대학생과 함께하는 청년정책 소통 인터뷰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고강선
- 유종헌 : 지난 4월 1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파장이 일자 '대선 출마자의 지원군이 되고 싶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발언이라고 해명했는데.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건가, 어시스터가 되고 싶은 건가."대답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가 그랬나) 정치적으로 조언하는 분들이. '너무 이르다. 그리고 이런 예민한 문제 막 이야기 하면 되냐'고. 꽤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친구나 참모가 아니라, 이름만 얘기해도 알만한.. 소위 '원로'가. '그건 아니다, 가만히 있어야지 점잖게, 김 빠진다' 이런 지적이다.
그런데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정치적 언어가 너무 간접적이고 우회적이다. 미국 버니 샌더스,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나. 나는 정치하고 대중의 삶이 괴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게 열광하나. 그들의 언어로 그들이 필요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공격 요소를 제거하고 말하다 보니 내용이 없어진다. 두루뭉술, 무슨 소린지 알 수 없게.
그래서 나는 직설적이다. 사람들이 '사이다'라고 말한다. 시원하다. 한편으론 그래서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한다. 그래서 대선 관련한 질문도, 다른 사람 같으면 '아이 뭐, 생각 없습니다' 할테지만... 그런 거짓말 하면 안 되지 않나. 어떻게 생각이 없을 수 있나. 전혀 불가능한 상황,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도지사든, 시장이든, 시민운동가든, 인권변호사든. 그건 다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어떤 것이 더 유용하고 유력한 것인가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위치는 어차피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취득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농사꾼이 호미로 농사를 지을 것이냐, 트랙터로 농사를 지을 것이냐. 트랙터를 취할 기회가 된다면 왜 호미를 고집하겠나? '당신 트랙터 타볼래?' 농부에게 물었을 때 농부가 '아이고 우리 호미나 쓰지 뭐' 이러는 게 바른 태도냐, 이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긴 하다. 비행기로 농사짓고 싶은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비행기로 농사지을 수 없지 않나. 농토 좁아서. 그거 하겠다고 하면 '미친놈' 되는 거지. 객관적 상황에 맞춰봐서 실현 가능성 있고 상황이 닥친다면 거짓말 하지 않는 게 좋다. 이것은 겸양이 아니라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내년 대선 얘기가 나오면... 아직 시기가 1년이나 남았고. 내가 정치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일은 정말로 기회가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여러 전제가 있겠지. 평화롭고, 생명이 보장된 안전한 세상, 최소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고... 그야말로 이상향 아니냐? 이상향.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국가다 이게. 어려울 거 없지.
그래서 나는 진보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진'짜 '보'수다. 줄여서 진보.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판검사가 아닌 인권 변호사를 선택했고, 법적 투쟁보다는 내용을 채우는 시민운동을 했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 제도 바뀌어서 합리적 선거 제도가 생겼으니 정치인으로 성공해 사회 기여하는 게 훨씬 좋지 않나 싶어 시장이 됐다. 다음에 좀 더 유용한 도구를 취할 기회가 생기면, 그거(대통령) 할래? 묻는데 '안 하겠다'고 하면 거짓말쟁이이거나 바보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가능하면 하겠다, 다만 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고.
다만, 한방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기회가 한번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는 집단 게임이다. 내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하다.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집단 플레이에, 내가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줘야 우리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아니더라도 그 구성원이면 되는 거다. 내가 지향하는 세상을 만드는 집단이 권력을 차지하면 내 뜻도 관철할 수 있다. 꼭 내가 대표선수나 MVP가 아니어도 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거다.
그럼 영영 구성원만 할 거냐,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완주해서 우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모르는 거다. 페이스메이커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나? '아, 다 왔으니까 그냥 뛰다가..' 이러나? 상황이 되면 완주할 수 있는 거다. 매우 유동적이다.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너무 섣부르게 좋은 상황을 가정해서 얘기해버리면 이상한 상황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해서 말하는 거다. 지금 단계에서 굳이.. 도움이 안 되니까 일반적인 얘기 한 거고."
- 이찬우 : 어쨌든 대선에서 상황과 기회에 따라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당내에서 상황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총선 직후 김종인 체제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나왔다. 어떤가. "하나 정한 원칙이 있는데 불필요하게 내부 갈등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 위치 자체가 변방의 오랑캐로부터 그 국경선을 지키는 사또 같은 것이다. 한양 도성 안에 대신들끼리 하는 정략적 논의에 내가 낄 이유가 없다. 그게 생산적이냐?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우리 진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면 하는데, 나까지 낄 필요는... 내가 이야기 하면 아무 도움이 안 되니까. 나는 변방 사또니까 오랑캐로부터 국경선을 열심히 지키겠다. 가끔씩 그런 얘기하지 않나. 역사는 변방으로부터 시작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