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간한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도자료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강력범죄에서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 피해자다.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언론은 피의자의 꿈이 '목사'라고 했다. '목사'라는 직업이 가진 선함과 이번 범행의 잔인성을 비교해 범행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늘 그랬듯, 피의자가 '순간의 실수'를 저질러 그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피의자가 여자의 생명과 꿈, 시간 그리고 미래를 살해했다는 거다. 여자가 또 사라졌다.
피의자는 "여자라서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살해 동기다. 여자들은 늘 살해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모른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다. 가해자도 아는 거다. 여성이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임을. 그래서 결과적으로 대다수는 '여성'이기에 살해를 당했고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의 입으로 그 말을 직접 꺼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러니까 왜 새벽 1시까지 놀아. 집에 빨리 들어갔어야지!"라고. 하지만 이런 말들은 여성들의 자유를 제한할 뿐더러,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말이라는 것을 당신은 모른다.
'새벽 1시까지 놀 수 있는' 여자들의 밤과 자유는 누가 쓸어 갔을까.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공중 화장실에 있었기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놀러 나갈 수 있는 자유. 낮에 놀았던 것처럼 밤에도 행동할 수 있는 자유는 어디에 갔을까. 애초에 있기는 한 것인가. "얘는 남자라서 괜찮지만, 너는 여자라서 위험하니까 집에 빨리 들어와라"는 말에 많은 여성들이 수긍하도록 만들고, 조심할 것은 나의 행동뿐이라고 생각하도록 한 것은 무엇인가.
그럼 그들의 말처럼, 여성이 일찍 집에 들어가면 안전할까? '홈 스위트 홈'이라는 곳에서, 친부나 친족이 행하는 강간, 성폭행, 살인, 가정폭력을 겪는 여성이 아직도 많다.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욕설, 폭언과 같은 언어적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도 즐비하다.
게다가 가정 내에서의 일은 '사생활'로 여겨지기에, 국가는 개입하길 꺼린다. 어쩌다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좋게 해결하자'는 말과 함께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기 일쑤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끌어낸 방법을 나열한 글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듯, 신고 이후 피해자가 주위의 쑥덕거림과 합의 종용 때문에 겪는 2차 가해는 '덤'이다.
집조차도 안전하지 않은데... 우리의 불안은 망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