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싸움은 현재진행형" 주민들 다시 모인다

26일 헌재 결정에 법률구조단 '유감' ... 대책위, 6월 11일 '기억 행사'

등록 2016.05.26 18:05수정 2016.05.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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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싸움은 현재진행행이다. 변호사들이 낸 '통행제한행위 관련 공권력 행사 위헌 확인'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결정하자 '유감'을 나타내고, 주민들은 2년전 행정대집행을 기억하는 행사를 연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정부와 한국전려공사(한전)가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밀양 구간 등에 철탑을 세우자 주민들이 환경과 재산 피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던 투쟁을 말한다.

오랫동안 갈등을 겪다가 정부와 한전은 2013~2014년 사이 공사를 강행해 철탑을 모두 세워놓았다. 송전탑에 반대했던 밀양 주민들은 한전과 합의(보상)를 거부했고, 법정 싸움 등 다양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헌재, 밀양주민에 대한 변호사의 접근권 외면

26일 헌법재판소(헌재)는 배영근 변호사(녹색법률센터) 등이 냈던 '통행제한행위 관련 공권력 행사 위헌 확인'에 대해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각하 결정의 주된 이유로 "경찰의 방해 행위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헌법재판을 유지할 이익이 없다"고 했다.

2013년 당시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을 벌였다. 배 변호사 등이 농성장을 찾아가 주민 면담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막았던 것이다.

헌재 결정 뒤, 밀양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와 밀양송전탑반대주민법률지원단은 "헌재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2013년 11월은 경찰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고립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극도에 달하던 때이고, 더군다나 이 사건을 전후하여 주민들의 자살 시도도 이어지고 있었다"며 "따라서 이때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는 주민들을 만나 법률적 상담과 지원을 할 수 있어야 마땅하였는데, 헌재는 경찰의 행태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지도 않고, 반복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여 버린 것"이라 했다.

이어 "그러나 과연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권 침해가 반복가능성이 없는가?"라며 "밀양 주민들과 같이 인권과 사회 정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 방법으로 스스로를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직접 대면을 통한 법률적 지원과 같은 변호사들의 적극적 인권옹호활동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헌재의 판단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헌재의 현상 인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률지원단은 "백번 양보하여, 반복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의 해석과 발전에 기여하는 기능이 유보되어 있는 '객관적 헌법수호기관'으로서 헌재는 변호인의 피의자접견권의 범위와 사회질서 등을 비교형량하여 공권력 행사의 한계를 명확하게 지적하여 줄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사건에서 헌재는 기존의 법리를 확대하여, 비단 형사입건된 피의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정으로 인하여 고립되어 법률적 조언이 필요하거나 형사입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도 접견이 허용됨을 선언하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본안판단도 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결정을 한 것은 헌법의 수호와 발전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방기한 것과 같고, 나아가 고통 받는 밀양 주민들을 외면한 것"이라 했다.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거나 에워싸고 앉아 있다.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거나 에워싸고 앉아 있다.윤성효

'6.11 행정대집행 기억 문화제' 마련

26일 밀양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는"6.11 행정대집행 2년, 밀양 할매의 길을 다시 걷다"라는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밀양시와 경찰, 한전이 2013년 6월 13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움막을 강제철거했던 것이다.

대책위는 "행정대집행은 2년이 흘렀지만, 밀양의 어르신들과 저희 활동가들에게는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며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우리는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 아비규환의 시간을 잊을 수 있을까. 설령,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망각'이라면 그 상처는 언제든 불쑥불쑥 치고 올라와 괴롭힐 것"이라 했다.

이들은 "그 상처를 응시하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망각하지' 않고 '넘어서기' 위해서다"며 "밀양의 어르신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수년간 오르내리던 길, 밀양 어르신들의 고통과 희생을 증언하는 길이면서 또한 아름다운 숲이었던 그 길을 이제는 젊은 연대자들이 걸으며 기억하고 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정대집행 기억 행사는 오는 6월 11일 밀양에서 열린다. '할매팀'과 '할배팀'으로 나눠 주요 지점을 걷고, 이날 오후 6시 도곡저수지에 모여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송전탑을 뽑아내자"라는 제목으로 '6.11 기억문화제'를 연다.

앞서 '할배팀'은 이날 오전 9시 동화전사랑방에서 출발해, 101번 철탑 현장에서 '밀양 책 읽기'와 작은음악회를 하고, 오후 보라마을에서는 물놀이를 한 뒤 도곡저수지에 모인다. '할매팀'은 이날 오전 9시 위양마을 사랑방에서 출발해 평밭마을에서 '밀양 책읽기'와 '숲속 작은 음악회'를 연 뒤, 126번 철탑을 찾는다.

한편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하다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속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밀양 주민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오는 6월 16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밀양 송전탑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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