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계산대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일컬어 호구고객(=호갱)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소비행위는 단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에 머무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파는 사람과의 관계를 성숙시키고, 공동체에 활력과 생명에너지를 주며, 윤리적 기업들을 독려하고 지지하는 행위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낯선 익명의 사람들 사이에 던져진 이들은 관계로 해결할 문제를 소비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소비가 정말로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브랜드나 광고 이미지에 현혹되어서 인지, 관계를 대체하기 위한 임시방편인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상품구매를 '득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지배하는 주류 미디어와 자본주의가 숨어 있는 셈이지요.
마트에서는 생산지, 원료, 식품첨가물, 윤리적 생산, 제 3세계 민중과 노동자에 대한 착취 여부를 꼼꼼히 그리고 깐깐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단지 얄팍한 상술만이 통하지요. 예를 들어 소비의 동기가 '싸다'는 것, 포장지가 그럴 듯하다는 것, 브랜드에 익숙하다는 것, 한번 들어봤던 상품이라는 것 등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결국 그런 소비행위를 하면 호갱으로 간주되어 유통대기업의 상술에 놀아나게 됩니다. 마트를 보면 유통대기업이 얼마나 편리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결사소비, 연대소비,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등이 이제 관건입니다. 이제 모든 물건을 아이들에게 먹일 먹거리처럼 생각하고 생산지가 어딘지, 공정하게 생산되었는지, 식품첨가물은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친환경으로 만들어졌는지, 유전자조작농산물로 만들었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유전자조작표기가 의무화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아이들이 먹는 대부분의 과자와 농산물들은 먹거리안전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낀다면 그것은 실천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소비는 선거와도 같다고 말합니다. 일단 선거에서 표를 찍으려면 그 후보가 누군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윤리적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렇듯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듯이 소비의 결단은 연대와 공정성, 윤리의 출발점이며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유력한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남은 이야기저는 올해 초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이라는 책을 탈고하고,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물론 둘만의 회의지만, 우리 두 사람은 이제 마트를 끊고 생활협동조합과 골목슈퍼, 시장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갈 때 습관적으로 장을 봐서 갑니다. 냉장고도 꽉 차지 않고 자동차를 운행할 필요도 없고, 해외 과일이나 해외 농산물이 아니라 국산 제철과일과 친환경농산물을 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로운 일이라고 여겼지만, 익숙해지니까 금방 재미가 생겼습니다. 더불어 저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고, 갈수록 할 이야기도 많아졌습니다.
골목에서 단골도 몇 군데 만들어서 가게주인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도 하게 되고 서로 소식도 묻게 되었습니다. 작은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누군가 말하였다지요. 마트문명의 빛과 그림자를 벗어나니 공동체와 골목의 사람들이 재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오래된 미래인 골목상권과 색다른 미래인 사회적 경제의 마주침이 만들 놀랄 만한 사건이 임박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통속적인 마트 문명을 넘어서야 미래 세대가 보이고, 공동체가 보이고, 사람 사는 향기가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우리가 공동체로부터 찾아야 할 것'들을 창조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 편리한 마트 뒤에 숨은 자본주의의 은밀한 욕망
신승철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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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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