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매일 아침 신발을 신 듯 나는 당연히 전동휠체어에 탔을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수동휠체어에 탑승할 만큼의 장애 정도가 아닌 것, 보호받을 나이는 지나서 보호자 없이도 홀로 쇼핑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죄라면 죄였다.
박윤영
살이 보드랍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것처럼, 무겁지만 나의 신체 일부와 같은 전동휠체어도 매장 내 입장이 자유로워야 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지금 이들과는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동휠체어를 금지하는 대신, 고객의 쇼핑을 돕기 위해 수동휠체어를 비치해 두거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았다.
마치 문제를 일으키다 붙잡힌 것 마냥 세 명의 보안 팀 직원에 둘러싸여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갈 때마다 모멸감과 굴욕감에 감정이 뒤죽박죽되었다. 결국 매니저까지 만나보지 못한 채 이의제기를 할 것이란 뜻을 전하고 선임근무자의 이름을 받아 나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나의 이야기가 SNS를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해당 게시글은 180회 넘게 공유되었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스페인 본사와 한국 본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틀 뒤 인권위 담당 조사관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사관님은 한국 본사에서 새로운 지침을 마련할 것이며 그 날의 "불상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부분에 대해 하루빨리 유선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잠실지점 매니저는 전동휠체어 사용자의 출입을 제한하라는 방침을 내린 적 없으며, 아마도 보안팀의 독단적 행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더욱 화가 났다. 자신들이 만들고 기계적으로 습득한 뒤 따르는 동안에도 그 규칙이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자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방침이 아니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본사 직원들에게 인권 감수성 따윈 없는 듯했다.
나는 불상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었다. 전동휠체어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은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한, 보안팀이 아무 근거 없이 "위에서 내려온 방침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할 이유도 없었다. 설사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도 매니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나는 유선상의 사과를 거절하고 대신 합의문을 작성했다.
자신들의 행위가 왜 차별인지 알고 사과할 것, 매니저의 차별행위에 대해서 사과할 것,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할 것, 본사에서 내릴 새로운 지침에는 "고객이 전동휠체어와 안내견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보조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매장 내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인권위를 통해 부탁했고 이 모든 내용을 서면으로 받기로 했다.
또 어떠한 국면으로 흘러갈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나와 다름을 이해할 줄 알며 인권이 무엇이고 차별이 무엇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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