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대행진 참여한 문재인-심상정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을 출발해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까지 이어지는 민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권우성
정부가 21일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 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가덕도를 밀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표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어느 한 쪽을 지지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 덕분에 비난의 화살을 피하게 됐다. 반면, 각 지역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김해공항 확장'을 주장해 왔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소신 발언은 재조명을 받게 됐다.
심 대표는 정부의 발표 전날인 20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가덕도가 되든, 밀양이 되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지역갈등만 키우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2011년 가덕도, 밀양 두 곳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백지화 됐는데, 죽었던 신공항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살려냈고 대통령 뜻에 따라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버리고 없던 수요를 창출해내면서 결국 이런 사달이 재연됐다"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가덕도와 밀양 어디로 결정되든지 환경적·재정적 재앙은 불가피하다. 두 곳 모두 불리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대규모 토건사업과 환경파괴가 필연적"이라며 "지금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 정치권은 국책사업이 거대한 로또판인 양 지역주민을 자극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만 신공항 유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여야 정치인들이 당을 초월해 각자의 지역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2011년 가덕도와 밀양을 기각했던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 확장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라며 "재정적으로, 기술적으로 우월한 해법이라는 것은 많은 항공·교통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정치권 역시 달콤한 거짓말로 지역주민의 갈등립을 부추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갈등에 뛰어든 문재인, 침묵한 안철수이같은 심 의원의 발언에 따끔해 할 사람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다. 지난 대선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대표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는 가덕도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그는 지난 9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신공항 선정 평가 절차에 부산 시민의 걱정과 분노가 크다"라며 "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언제든 추가적인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 해상과 육상 운송의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어느 곳을 지지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특정 지역을 꼽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가덕도 부지를 방문한 것 자체만으로도 지지 의사로 해석돼 정치권 파장이 컸다. 당내에서는 밀양을 지지하는 김부겸 의원과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특정 지역을 지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고, 그 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됐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그동안 "지금 와서 신공항이 필요한가 하는 논의는 부적절하다.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입지 선정 문제에는 침묵했다. 지난달 23일 부산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이 아닌 국익, 관련 산업 발전, 경제인들 편의성이란 기준에서 선정돼야 한다"라는 원칙론을 언급한 것이 전부다. 부산이 고향인 안 대표가 태도에 관심이 쏠렸지만, 끝내 어느 한쪽에서 서지는 않았다.
그런 안 대표에게 밀양과 가덕도가 모두 탈락한 결과는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정부의 발표 이후 '뉴스1' 인터뷰에서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끌고 가지 못해 실패한 것"이라며 "영남권 신공항 필요성은 정치논리로 더 결정을 미루지 말고 빠른 시간 내 결정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신공항 무산의 책임을 정부 쪽에 떠넘기면서 밀양과 가덕도를 각각 지지한 영남지역의 민심을 반영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심상정 대표는 정부의 발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려운 결정을 잘 내렸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이뤄진 가장 책임 있는 결정으로 평가한다"라며 "애초에 잘못된 공약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케 만든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PK와 TK 갈등의 본질은 10조에 달하는 국비 다툼"이라며 "혹세무민하며 지역주민의 개발욕구를 부추긴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89
공유하기
가덕도·밀양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은 심상정의 '소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