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영(63) 성균관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지연
-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때문에 비례대표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가?"국민의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은 밀실 공천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비례대표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각계각층'이란 사회 각 방면의 여러 계층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당은 국민의 주목을 끌기 위해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수 분야의 스타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일반 유권자가 3당의 비례대표 명부에서 이름을 빼고 후보자들의 직업, 자산, 소득을 보고서 어느 명부가 어떤 정당 것인지 판별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수백만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진정한 대표는 단 1명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필수다.
비례대표 후보는 반드시 각급의 진성당원 총회나 당 대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되어도 지금처럼 몇 명 안 되는 심사위원들이나 지도부가 밀실에서 후보명부를 만들면 문자 그대로 계파 간의 싸움은 개판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비판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최다선이 되었다. 그는 과거 비례대표의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비례대표제에 큰 흠집을 낸 사람이 어떻게 비례대표제를 비판하고, 그런 입장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니 국민 상당수는 비례대표제의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 지난 총선에서 3당 체제가 등장하여 양대정당의 폐단이 완화되어 비례대표제가 확대될 필요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지 않나."지금의 3당 체제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영국에서 2010년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이 득표율 23%로 하원 650석 중 57석을 얻어, 영국정치에서 보기 드물게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으나 2015년 총선에서는 불과 8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당도 이와 유사한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대선에서 패배하면 국민의당은 분당하거나 해체될 것이다.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역으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가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런 정당의 이합집산은 현행 헌법과 선거제도 하에서 과거에 되풀이되던 정계개편의 신판에 불과하다."
- 이번에는 개헌이 실현될까."쉽지 않다고 본다. 비록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에 찬동하고 있으나 정부형태와 민주주의 유형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상이몽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줄곧 반대해왔지만 국회에 개헌을 양보하는 전략을 선택하여 의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총선정국에서 친박 실세들이 개헌을 거론했기 때문에, 청와대도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을 경우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혹시 제헌절에 개헌을 제시할지도 모르나, 문제는 개헌의 내용이다. 사실 충분한 명분도 있다. 통일을 대비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 개헌논의가 대개 정부형태에 치중되어 있지만, 통일헌법에는 반드시 민주주의 유형문제, 즉 선거제의 규정을 포함한 협의민주주의적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와 관점이 다른 협의민주주의적 요소를 포함시킨 개헌안을 제헌절에 천명한다면, 정부여당은 일거에 레임덕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긴급명령 전략의 유혹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대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개헌이 논의될까?"개헌 논의는 대부분 대통령 임기 말에 있었고, 대선의 개헌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 누가 승리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비록 다시 제1당이 되었지만 의회의 여소야대 세력관계는 불변이기 때문에 당선자는 합당 아니면 연정을 선택해야 한다. 연정이 구성되는 동기를 다루는 연정론을 보면, 정당들이 연정을 선택하는 동기는 대략 '관직 지향', '정책 지향', '득표 지향'인데, 각 동기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
- 만약 대선 이후 당선자가 연정을 선택한다면, 어떤 동기에 의해 연정이 구성되나?
"관직 지향은 각 정당이 권력, 구체적으로 정부 각료직의 획득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정책 지향은 정당이 장관직보다는 자기 정당의 정책적 이념의 관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득표 지향은 차기 선거에서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연정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일부세력이 총선 직후 연정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정책보다는 관직 지향 때문이었지만, 차기 대선의 득표에 마이너스가 될 우려 때문에 연정 논의는 더는 진전이 없었다. 대선 이후에 연정구성이 정책 지향의 동기로 시도되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개헌 실현, 쉽지 않다... 선거제 개혁부터 시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