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굴렁쇠 굴리기의 달인? 아기냥입니다.^^
최병성
이렇게 해서 아내와 나는 고양이 집사로 임명 받았습니다. 한두 달 우유 먹여 아기들이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되면, 누군가에게 입양 보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집사의 삶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러나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지 벌써 10개월이 되었지만, 한두 달 뒤에 입양 보낸다는 아내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고양이와의 사랑에 빠져 입양 보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월이와 가을이집에 데려온 아기 고양이는 갓 태어난 지 10일이 조금 지난 상태였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 들이 태어난 지 약 15일쯤 되면 눈을 뜨게 되지요. 한 마리는 눈을 떴고, 다른 한 마리는 반쯤 눈을 뜬 상태라 아마 태어난 지 보름쯤 되었으리라 짐작되었습니다.
두 마리 아기 냥이 10월의 어느 날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 흰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아기 냥은 '시월이', 단풍 무늬의 아기 냥은 '가을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시월이'와 '가을이'와의 행복한 동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어미 고양이가 부엌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밥을 짓던 아궁이에서 나온 연기가 부엌에 가득했습니다. 위험을 느낀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한 마리씩 물고 부엌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물어 갔는지 알 길이 없었지요. 잠시 뒤 연기가 잦아들면 어미가 다시 새끼를 물어오길 바라며, 마지막 한 마리를 방안에 감추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 새끼를 물러온 어미가 아무리 둘러봐도 새끼가 보이지 않자, 그 길로 집을 나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월이와 가을이 덕에, 한 마리 남겨진 아기고양이를 젖 먹여 키우며 온 가족이 아기고양이 재롱에 푹 빠졌던 40년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이 행복이 될지, 아니면 아내에게 큰 짐만 안긴 불편이 될지 기대 반, 염려 반 속에 시월이와 가을이와의 떨리는 동거가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