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시화호 갯벌에 도시를 건설한다며 폐콘크리트를 매립한 까닭에 1000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떼죽음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최병성
인간에 의해 새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갯벌만이 아니라 숲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으로 새들의 안식처인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 3일의 활강경기를 위해 500년 동안 보존해온 가리왕산을 밀어버린 대한민국입니다.
철새들이 찾아오는 가을이면 들녘엔 하얀 눈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육식에 찌들은 인간들이 볏짚을 이용해 소 사료용 곤포사일러스를 만든 것이지요. 먼 하늘 길을 날아온 철새들이 주워 먹을 낙곡조차 없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심지어 AI(조류 인플루엔자)의 주범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새들을 위협하는 것이 과연 고양이일까요?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새를 잡아먹을 뿐입니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새들의 안식처가 파괴되고 멸종위기를 겪는 것입니다.
캣맘들을 처벌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고양이 연재 첫 기사에 끔찍한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새끼만 번식하는 멍청이라서 캣맘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분의 말엔 길냥이와 캣맘들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저희 마을 아파트엔 길냥이들 덕에 쥐와 뱀을 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길냥이들이 쥐를 잡아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전시하곤 합니다.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칭찬 받기 위함이지요. 길냥이는 쥐를 잡지 않는 게으른 동물이 결코 아닙니다.
만약 우리 곁에 길냥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840만 인구에 200만 쥐떼가 득실거리는 미국 뉴욕시가 그 결과를 잘 보여줍니다. 쥐로 인한 민원신고가 연 평균 2만4천 건이 넘고, 쓰레기통을 쥐가 갉아먹을 수 없는 철제로 교체하는 등 쥐떼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쥐와 고양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고 질병을 옮기는 쥐를 선택하실 분은 없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캣맘들에 의해 길냥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캣맘들은 배고픈 길냥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캣맘들은 지자체와 함께 길냥이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길에서 주워 키우기 시작한 두 마리 길냥이들의 중성화 수술로 70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자신의 돈을 들여 길냥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고양이의 번식을 막기 위해 자비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캣맘들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