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요대
오마이뉴스
향토예비군 설치법 시행령에 의하면 제18조의2(예비군복의 종류)에서 '예비군모, 예비군 제복, 예비군화, 예비군 표지장, 예비군 특수복, 부속품 : 요대'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요대'는 다른 것들과 달리 '예비군'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지 않았다. 관련 법령에서도 요대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고 그저 '허리띠'로만 해석되게 되어 있었다.
만약 군용 허리띠만을 착용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군용 허리띠를 구매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꼭 군용 허리띠만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고 이후 관련 규정을 들어 재차 국방부 관계자에게 전화 문의해 보니 그 역시 나중에는 군용 허리띠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나는 이러한 확인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사회에서 쓰는 일반적인 허리띠, 즉 평범한 검은색 허리띠를 차고 갔다.
"국방부 사람들, 현장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하지만 학생예비군 훈련부대로 지정된 모 사단에 도착해 복장검사를 받던 중, 선글라스를 낀 예비역 간부인 예비군 교관이 나를 지적했다. 그것도 지휘봉 같은 것으로 나를 가리키며 "옆으로 빠지라" 했다. 굉장히 불쾌했으나 나는 인쇄하여 가져간 관련 규정을 보여주며 "내 허리띠 착용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잠시 인쇄물을 읽어보던 그 교관은 입을 다물고 나를 옆에 있던 감독관에게 다시 보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또 예비역 간부인 감독관에게 규정을 보여줬다. 그 후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쇄물을 한참 읽던 감독관이 돌연 나를 쳐다보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벨트값이 얼마나 한다고 이래요? 돈이 없어요?"규정을 근거로 정당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돈이 아까워서 떼쓰는 사람'으로 몰아간 것이다. 어처구니없었다. 나는 "규정에 의거한 일인데 왜 이것을 고작 몇천 원 아끼려고 떼쓰는 것처럼 말합니까?"라고 답했다. 이러한 실랑이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감독관은 지겹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차로 가서 자신의 군용 요대를 가져왔다. 예비군 1년 차이니 그냥 주겠다는 소리까지 했다. 군용 요대를 받은 내게 감독관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국방부 사람들, 현장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그러면서 그는 "국방부 관계자들은 현장 일을 하지 않아 잘 모른다"며 "규정과 실무는 다르다"는 말로 내게 훈계까지 했다. 그 뒤에도 이 감독관은 나를 상당히 주의 깊게 봤다. 아마 '겨우 몇 천 원인 요대' 갖고 국방부에 전화까지 건 사람은 상당한 '문제 예비군'으로서, 다른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인 듯했다.
이렇게 단단히 찍힌 나는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처음부터 다시 복장검사를 받으라는 말과 함께 수백 명의 예비군 중에서 가장 뒷줄에 섰다. 아무도 따지지 않던 요대 규정을 가지고 항의한 '괘씸한 예비군'으로, 그래서 가장 마지막으로 입소 절차를 받아야 했다.
예비군에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