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비밀 들춰낸, 길 위의 '바보' 목사

최병성 목사의 <길 위의 십자가>를 읽고

등록 2016.07.18 20:43수정 2016.07.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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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 계단 틈새에서 만난 생명의 십자가.
벽돌 계단 틈새에서 만난 생명의 십자가. 최병성

바보 목사가 바보스러운 책을 썼다. 바로 <길 위의 십자가>이다. 최병성 목사를 '바보'라고 부르는 것은 <길 위의 십자가> 책 내용에서 기인한다.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를 선물하고자 스스로 바보가 된 예수처럼, 최병성 목사에게서 바보의 모습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6세기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의 글을 인용하여 '바보'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신 예찬>에서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는 '자연적인 바보'와 '의도적인 바보'로 구분했다. 자연적인 바보는 사리분별을 따질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얼간이에다 순진하며 악의도 없다. 반면 의도적인 바보는 전문적인 광대이자 궁정의 어릿광대다. 의도적인 바보는 풍자를 매개삼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들을 말한다."


바보 목사의 바보스러운 퍼포먼스

한 예를 살펴보자. 4대강사업 본부장(장관급), 홍보 부본부장 그리고 국토해양부 관련 직원들과 국립환경과학원 과장 등이 참여한 '4대강사업' 관련 포럼에서 반대 측 질문을 하고자 최병성 목사가 제시한 것은 피라미 사진이었다.

전공자도 아닌 목사 신분인데다 그 쟁쟁한 전문가들 앞에 들이댄 최고의 무기가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힘든 희귀종이 아닌 겨우 대한민국 하천에서 가장 흔한 피라미였다(<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최병성 저, 오월의 봄, p.123~139). 얼핏 보면 참 웃기는 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벌써 6년 전의 일이었다.

 심명필본부장과 차윤정 교수 등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4대강사업 토론회에서 피라미 사진 한장으로 4대강사업이 사기극임을 증명한 최병성 목사
심명필본부장과 차윤정 교수 등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4대강사업 토론회에서 피라미 사진 한장으로 4대강사업이 사기극임을 증명한 최병성 목사최병성

다음으로 '환경부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안과 추진방향'이라는 시멘트 토론회가 열린 날, 최병성 목사는 난데없이 직접 만든 시멘트 숟가락을 들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론회장에서 그 시멘트 숟가락을 망치질로 산산조각을 냈다. 급기야는 환경부 국정 감사장에까지 그 시멘트 숟가락을 들여보냈다(<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최병성 저, 이상북스, p.87~92). 시멘트 재벌들과 환경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들을 혼낼 최강의 병기로 준비한 것이 '시멘트 숟가락'이라는 건데 이 또한 어릿광대의 또 다른 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그동안 최병성 목사가 쓴 책들을 통해 그의 바보같은 삶을 추적해보았다.
그동안 최병성 목사가 쓴 책들을 통해 그의 바보같은 삶을 추적해보았다. 황경남

심지어 2015년 4월 23일, 장로회 신학대학 채플에서 <예수처럼 세상을 소통케 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던 최 목사는 이미 망해버린 회사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코닥 필름'을 비장하게 꺼내 들었다(장신대 채플 설교 동영상).

바보 목사가 만난 길 위의 십자가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의 외면을 받았던 그 십자가, 어쩌면 믿는 사람들조차도 그 의미를 잃고 액세서리로 전락한 십자가, 교회조차도 탐욕의 도구로 치부해 버린 바로 그 십자가에 관해 바보 목사가 책을 쓴 것이다.

 최병성 목사가 길에서 만난 십자가들이다.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십자가들을 통해 십자가 안에 담긴 깊은 뜻을 설명한다.
최병성 목사가 길에서 만난 십자가들이다.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십자가들을 통해 십자가 안에 담긴 깊은 뜻을 설명한다. 최병성

더군다나 최 목사가 만난 십자가는 부유한 교회의 가장 높은 첨탑과 왕좌에 앉은 십자가가 아니다. 금박으로 둘러 눈부시게 번뜩이는 십자가도 아니다. 화려한 성전 안의 권위있는 십자가는 더더욱 아니다.

먼지 나는 마른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꽃, 풀, 나무, 바위, 구름, 얼음, 이슬 십자가, 건물 입구의 발매트 십자가, 날마다 사람들 발에 밟히는 보도블록의 틈새 십자가, 깨진 돌 타일 십자가, 눈길 위 소금기 머금은 채 목마른 십자가에 과속 방지턱 피 흘리는 십자가까지. 그저 우리가 매일 걸으며 마주하는 그 흔한 '길 위의 십자가'에 관한 책을 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길 위의 십자가' 자체는 부나 인기나 명성이나 대중성 등, 세상적인 가치로는 특별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는 것이기에 '길 위의 십자가'는 감히 바보스러운 책이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어릿광대인 품바 예수

저자는 비 오는 대학로 거리의 연극 홍보지에서 만난 십자가를 통해 자신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내놓으신 '품바 예수'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소개하려고 하나님임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아기가 되겠다고 결정하고, 화려한 궁정이 아닌 추한 마구간으로 와서, 초라한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며, 그 모든 능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무기력하고 처참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던 바보 예수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예수님을 따름이란 예수님 때문에 세상의 바보가 되는 것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학로에서 만난 품바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어릿광대 예수를 발견한 최병성 목사.
대학로에서 만난 품바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어릿광대 예수를 발견한 최병성 목사. 최병성

"바보 예수님은 오늘 한국교회에서 선포되는 예수님과는 너무 다른 분입니다. 예수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의 유혹을 거부한 바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권력과 영광을 누리고 싶은 유혹을 거절하고 십자가의 고난을 선택한 바보였습니다."

저자는 기독교는 바보들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하나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인기와 권력을 버린 예수님처럼 사도 바울도 예수 외에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바보 제자가 되었기에, 품바 예수님의 십자가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그도 품바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십자가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소통의 상징

바보(품바) 예수가 선택한 '십자가는 곧 소통의 상징'이다. 장신대 채플에서 '예수처럼 세상을 소통케 하라'고 설교한 최병성 목사는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막힌 담을 허시고 소통의 길을 내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길 위에서 태어나 광야의 길을 도망 다녔던 예수님이 소통을 이룬 장소가 결국 세상이라는 '길'이었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길에서 병자들을 치유하고 길과 들에서 말씀을 전하고, 길에서 숨을 거두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바라봐야 할 것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며, 길에서 소통의 삶을 살아가신 '길 위의 예수'다. 바로 그 '길 위의 예수'에 관한 이야기가 최병성 목사가 쓴 <길 위의 십자가>이다.

결국 '길 위의 십자가'는 바보 예수의 사역과 비밀의 총체이다. 길 위의 예수를 전하고자 가끔은 하나님의 어릿광대 역할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바보 목사가 최고의 지혜와 통찰을 담아 이 바보스러운 책 <길 위의 십자가>를 쓴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십자가로 상징되는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고 많은 성도들의 자기 탐욕과 타협한 왜곡된 신앙의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고 폭로한다.

저자는 '신학자 에르네스토 카르도날(Ernesto Cardenal)은 자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라고 했다'며, 하나님의 마음과 카메라 렌즈로 자연을 읽어낸 하나님의 손 편지인 '길 위(자연)의 십자가는 곧 우리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십자가 없는 면류관을 쓴 가짜 예수를 좇는 병든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화려한 건물 안에 갇혀 세상과 소통함을 잃어버린 채 썩어가는 지금의 자폐적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도 명확히 제시한다. 십자가를 잃어버린 성도들과 교회에게 '소통과 생명의 십자가'를 새롭게 만나라고 도전을 던진 것이다.

길 위의 바보 예수를 따라가는 길 위의 바보 목사

이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길 위의 십자가를 따르는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자. 세상을 소통케 하려고 몸부림치는 바보 목사의 무모함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감히 막아서지 못했다.

저자는 언론이 야성을 잃은 채 끝없이 길들여져 가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 언론들이 말하지 않고, 전문분야 지식인들까지도 침묵하는 4대강 사기극에 관한 정권의 불편한 진실들을 가차 없이 폭로했다.

또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들춰내어 돈에 눈 먼 기업과 그에 담합하는 정부의 탐욕을 거울 앞에서처럼 낱낱이 노출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뜬금없는 피라미 사진 한 장, 생뚱맞은 시멘트 숟가락 하나로 토론회에 참석한 좌중을 압도하던 일들은 모두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일들이다. 그 피라미 사진 한 장이 그리고 시멘트 숟가락 하나가 다윗의 물맷돌이 골리앗의 이마에 박히듯 정확히 반대 측의 허를 내리꽂았던 것이다.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 토론회 자리에서 망치로 쓰레기 시멘트 숟가락을 산산박살 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쓰레기시멘트가 안전하다는 환경부와 시멘트업계의 주장에 한방에 박살냈다.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 토론회 자리에서 망치로 쓰레기 시멘트 숟가락을 산산박살 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쓰레기시멘트가 안전하다는 환경부와 시멘트업계의 주장에 한방에 박살냈다. 최병성

그 와중에도 목사로서의 사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고 최병성 목사는 그의 첫 번째 신앙서적, <복음에 안기다>(새물결플러스, 2012)로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은혜와 진리에 갈급한 많은 영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았다.

이제 그 두 번째 <길 위의 십자가>로 낙심한 영혼들에게 기쁨과 소망의 메시지로 다시 한 번 그들을 깊이 보듬어 안는다. 그와 동시에 은혜만 있고 따름과 변화를 거부하는 신앙인들의 불편한 진실들을 가감 없이 들춰내며 병든 한국교회를 치료하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 자신은 지금도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낸 연봉 4억 2700만원 받는 '목사답지 못한 목사'라는 기사를 통해 1999년 강원도 영월 서강의 맑음을 지켜내려 몸부림치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길 위에 살아왔는지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예수(십자가) 외에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 성경의 바보, 사도 바울의 고백은 저자의 고백과도 맞닿아 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이냐 정신없는 말을 하거니와 나는 더욱 그러하도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린도후서 11:23~28]


<길 위의 십자가>는 어쩌면 바보 목사가 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길 위의 삶에 대한 정제된 고백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열린 가슴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경건의 능력이 나타나게 하며, 바른 신앙의 보기 드문 지침서가 되어 준다.

 숲 속 낙엽 속에 십자가. 길 위의 십자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이다. 사람 살만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연과 사람이 어울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숲 속 낙엽 속에 십자가. 길 위의 십자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이다. 사람 살만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연과 사람이 어울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황경남

길 위의 십자가 - 오늘 낙심한 그대에게 건네는 기쁨과 소망의 메시지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 2016


#길 위의 십자가 #최병성 #쓰레기시멘트 #복음에 안기다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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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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