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사람이요? 이 친구가 잘 찾아요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인명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씨

등록 2016.07.24 20:16수정 2016.07.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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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핸들러 박석룡 씨가 인명 구조 훈련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다. 뒤편으로 지리산이 구름에 가려 있다.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핸들러 박석룡 씨가 인명 구조 훈련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다. 뒤편으로 지리산이 구름에 가려 있다.이돈삼

"애인보다도 더 소중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아기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다루고요. 매사에 잘 한다, 잘 한다 칭찬하면서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구조견도 '옳지, 잘했다' 하면 좋아하거든요."


인명 구조견을 데리고 조난자나 실종자를 찾는 일을 하는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50)씨의 말이다. 핸들러는 훈련시키는 조련사와 달리, 훈련된 구조견을 데리고 운용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박씨는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23년차 소방직 공무원(소방위)이다. 박씨를 지난 7월 6일 만났다.

 박석룡 씨가 지난 6일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함께 훈련을 나가고 있다. 뒤로 보이는 산이 지리산이다.
박석룡 씨가 지난 6일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함께 훈련을 나가고 있다. 뒤로 보이는 산이 지리산이다.이돈삼

 핸들러 박석룡 씨와 인명 구조견 나라의 다정스런 모습. 지난 6일 훈련 중 잠시 쉬고 있을 때다.
핸들러 박석룡 씨와 인명 구조견 나라의 다정스런 모습. 지난 6일 훈련 중 잠시 쉬고 있을 때다.이돈삼

"구조견이랑 같이 놀아요. 재롱도 피워주고, 씻겨주기도 하고요. 운동 시키고, 때로는 훈련도 시키면서요. 같이 먹고, 함께 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줄 알지만,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그렇게는 못하고 있습니다."

박씨의 말이다. 평소 구조견과 소통이 잘 돼야, 정작 필요할 때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조 현장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구조견과 핸들러를 1대 1 맞춤형으로 묶어주는 연유다.

"목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거죠. 제가 말과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면, 구조견이 알아듣고 행동을 하는 겁니다. 앉아, 일어서, 엎드려, 기다려, 올라가, 앞으로, 찾아, 가져와… 이렇게요. 만약 다른 사람이 지시한다면, 구조견도 헷갈리겠죠."


박씨가 평소 구조견과 자주 노는 이유다. 하지만 공(公)과 사(私)는 철저히 구분해 준다. 쉴 때는 편히 쉬도록, 그러나 훈련과 수색은 치밀하게 한다. 훈련이나 수색 중에는 절대 장난치지 않는다.

 박석룡 씨가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함께 구례 들녘을 거닐고 있다. 지난 6일 지리산 자락으로 훈련을 나가는 길이다.
박석룡 씨가 인명 구조견 '나라'와 함께 구례 들녘을 거닐고 있다. 지난 6일 지리산 자락으로 훈련을 나가는 길이다.이돈삼

 인명 구조견 나라.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하는 개다.
인명 구조견 나라.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하는 개다. 이돈삼

박 씨와 한 조로 움직이는 구조견은 2012년산 세퍼트다. 이름은 '나라'로 붙여졌다.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에서 2년 동안 구조견으로 훈련돼 배치됐다. 수색과 복종, 전술 대응능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박씨도 지난해 '나라'와 함께 교육을 받고 핸들러가 됐다.


핸들러 인증교육은 6주 과정으로 이뤄졌다. 지도를 보는 방법부터 수색까지 이론과 친화교육, 산악 적응 및 수색 훈련을 모두 받았다. 구조견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개 집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분기마다 30시간씩, 해마다 120시간 보수교육도 구조견과 함께 받아야 한다.

 인명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 씨가 구조견 '나라'와 함께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다. 지난 6일 모습이다.
인명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 씨가 구조견 '나라'와 함께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다. 지난 6일 모습이다.이돈삼

 인명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 씨가 구조견 '나라'와 함께 훈련을 위해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7월 6일이다.
인명 구조견 핸들러 박석룡 씨가 구조견 '나라'와 함께 훈련을 위해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7월 6일이다.이돈삼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인명 구조견이 출동한 횟수는 지난해 30여 차례. 올해는 7월 현재 23차례 나갔다. 산중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아달라는 신고가 다반사다. 현장에 도착한 인명 구조견은 바람을 통해 전해지는 사람의 체취를 쫓아서 달려간다. 조난자나 실종자를 찾은 구조견이 크게 짖으면, 구조대가 달려가 구하는 방식이다.

가끔은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치매 노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을 지녔다고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나 실종자 수색 때 제 능력을 발휘해요. 특정한 구역에서 사람을 찾아내는 거죠. 노인은 그게 어렵잖아요. 어디로 갔는지, 방향을 모르니까요. 구조견은 바람에 실려 오는 사람 냄새를 맡아서 찾는 건데요. 안타깝죠."

인적이 드문 산중에서 구조견의 활동이 쉽다는 박씨의 말이다. 사람이 많은 마을이나 도심에서는 사실상 수색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대원 30명의 몫을 한다고.

 인명 구조견 '나라'의 전용차. 냉난방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인명 구조견 '나라'의 전용차. 냉난방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이돈삼

 인명 구조견 '나라'의 핸들러 박석룡 씨.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일하고 있는 올해 23년차 소방직 공무원이다.
인명 구조견 '나라'의 핸들러 박석룡 씨.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서 일하고 있는 올해 23년차 소방직 공무원이다. 이돈삼

"그래서 제가 모시고 다닙니다. 현장에 나갈 때도 전용차에 태워서, 제가 운전해서 모시고 가요. 요즘 같은 날씨에 더위 먹지 않도록 냉방도 해주고요. 현장에서 지치지 않고 뛰어야 할 것 아닙니까?"

박씨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혹여 이동 중에 차량 접촉사고라도 나면, 자신의 안전보다도 구조견의 상태를 먼저 살핀다고.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한 개죠. 동물적인 본능보다도, 훈련으로 만들어진 개니까요. 그래서 짠하기도 합니다. 인명 구조를 위해선 어쩔 수 없지만요. 나라는 훌륭한 구조견입니다. 핸들러가 시키는 대로 잘 하는 게 가장 좋은 구조견 아니겠습니까."

박씨가 '나라'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이다.  

 순천소방서 산악11구조대 전경. 지난 7월 6일 오후 출동 명령을 받은 대원들이 긴급히 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순천소방서 산악11구조대 전경. 지난 7월 6일 오후 출동 명령을 받은 대원들이 긴급히 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이돈삼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대원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진우 구조대장이고, 세 번째가 박석룡 씨다. 지난 7월 6일 오후 근무자들이다.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대원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진우 구조대장이고, 세 번째가 박석룡 씨다. 지난 7월 6일 오후 근무자들이다.이돈삼

박씨가 근무하고 있는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대장 박진우)는 전남 유일의 산악구조대다. 15명이 3개 팀으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전라남도 전역을 관할한다.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광주와 전라북도까지 출동한다.

인명 구조견은 3마리가 배치돼 있다. 2011년산 세퍼트 '에투스'와 '강풍' 그리고 '나라'다. 에투스는 손도환 소방사, 강풍은 조세훈 소방장과 팀을 이루고 있다.

산악구조대라고 산악 구조활동만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소방관서와 똑같이 불을 끄고, 각종 사고 현장에도 출동해 구조·구급활동을 한다.

 핸들러 박석룡 씨와 인명 구조견 '나라'의 모습.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핸들러 박석룡 씨와 인명 구조견 '나라'의 모습.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이돈삼

#인명구조견 #박석룡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구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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