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Horseman612 / Rodenstock45mm / Ektar100 / Opticfilm120 자가스캔 / F8 - 30분의1초 / 센터필터사용 / +2stop 노출보정
안사을
필름 회사와 종류별로 이미 여러 프리셋들이 존재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왜 당신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나요? 컴퓨터로 그린 다음에 캔버스 효과를 주면 될 텐데요"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름에 사진을 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는 불편함이나 느림을 추구하는 철학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가장 본질적으로는 재료를 달리 고르는 선택의 일종인 것이다. 재료가 달라지면 그 재료에서 오는 질감이 달라지는데 이 질감은 시각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필름은 생산한 회사나 그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이미지의 특징(또렷함, 명암차 등)과 입자감(그레인의 굵기, 느낌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이의 의도대로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디지털 센서의 해상력이 이 필름의 그것을 훨씬 능가했다 해도 아직 필름카메라의 영역을 넘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형카메라와 파노라마 카메라가 그렇다. 이는 센서의 크기 때문인데, 디지털 센서가 아무리 크다 해도 대형카메라나 중형 파노라마 카메라의 필름면의 크기보다는 한없이 작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감의 차이나 화질의 차이는 디지털 센서들 중 크롭 센서와 중형 센서의 차이로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센서의 대형화로 인한 생산비용의 엄청난 상승 때문에 넘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넘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습이라고 해봤자 기껏 필름 한 롤 소진해본 것이 다인지라 다루는 데에 서툴러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컷이 꽤 많이 나왔다. 렌즈를 실수로 다 열어버렸거나 렌즈 뒷면을 막아놓은 채 찍어버린 경우이다. 파인더로 보이는 것과 실제 렌즈에 잡히는 화면이 다르기 때문에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인지도 모른 채 찍어버린 컷도 있었고 와인딩을 하지 않아서 의도치 않은 다중노출을 찍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출시된 지 20년은 족히 된 카메라이기 때문에 요즘 카메라가 가진 친절한 기능들을 찾고자 하면 안 된다. 모든 조작을 컴퓨터의 간섭 없이 사람이 직접 해야한다. 심지어 노출계도 없다. 이러한 무뚝뚝함 또한 오래된 카메라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7일 다녀온 무주와 진안 여행에서 열두 번의 개방을 통해 여섯 장의 사진을 건졌고 중복된 장소를 찍은 사진들 중 가장 나은 구도를 택해서 두 장으로 압축했다. 이만하면 대단히 만족스럽다. 도자기 장인이 된 기분으로 나머지 사진들은 과감히 지웠다. 네거티브 필름으로 이정도의 해상력이니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면 어떻지 정말 상상만 해도 두근거린다.
사진은 어느덧 나에게 첫 번째 취미가 되었다.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종종 취미를 가지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란 단순히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행위가 아니라 공부를 통해 이론적인 부분을 스스로 보강해나가고 실제적인 활동을 통해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는 진취적인 활동이라고 말이다. 나를 담임으로, 혹은 교과 담당 교사로 만난 아이들의 삶에 건전한 취미가 가득하기를 항상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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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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