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연대의 가시밭길 유가협 창립 30주년

오는 12일 창립 30주년...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기념 행사 연다

등록 2016.08.10 17:48수정 2016.08.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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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가협은 1986년 8월 12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유가협은 1986년 8월 12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 유가협 제공


5공화국은 엄혹한 시절이었다. 민주화운동은 독재정권에 의해 '용공'으로 낙인찍혔고, 그 과정에서 피가 흐르는 희생이 있었다.

그렇게 엄혹한 시간이 흐르던 1986년 8월 12일, 전태일기념관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단체가 출범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스스로 몸을 바쳤거나 독재정권에 희생당한 자식들의 부모들이 모여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창립한 것이다. 이미 1년 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던 터였다.

유가협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씨(초대 회장, 2011년 작고) 등 10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8월 현재 유가협에 등록된 회원만 105명에 이른다. 장남수 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활동하지 않은 회원을 빼면 85명이고, 그 가운데 40-50명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가협은 분화과정을 거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로 확대됐다. 이를 계기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던 유가협은 1970년대 인혁당 사건 등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까지 포괄하게 됐다.

기독교회관 의문사 135일 농성, 국회의사당 앞 422일 천막농성...

a  유가협 30년을 기록한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유가협 30년을 기록한 <너의 사랑 나의 투쟁>. ⓒ 유가협 제공

유가협은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한국 민주화의 중요한 현장과 거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산 자여 따르라'는 슬로건에 충실했다. 특히 지난 1998년과 1999년 국회 앞에서 422일 동안 농성을 벌여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과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렇게 '저항과 연대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유가협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유가협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오는 12일 오후 5시 조계사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30주년 기념식과 더불어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기념회를 연다.


<너의 사랑 나의 투쟁>은 유가협의 30년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회고록(1부)과 인터뷰(2부), 좌담회(3부), 사진으로 본 유가협 30년(4부) 등으로 구성된 <너의 사랑 나의 투쟁>은 민주화를 위해 죽음으로 저항했던 열사와 그 유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가족들이 모여 유가협을 창립한 과정, 기독교회관의 의문사 135일 농성, 서울역 캠페인, 국회의사당 앞 422일 천막농성 등 유가협 30년의 역사는 그들의 '사랑'과 '투쟁'이 '저항'과 '연대'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오롯이 보여준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독재자들은 정통성 없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가협 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탄압했다"라며 "용공, 종북, 불순 세력, 불량 국민으로 낙인이 찍혀 기본권을 제한당하고 요주의 인물로 정보당국으로부터 감시 대상으로 살아왔다"라고 유가협 30년을 회고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연대의 글'에서 "우리들은 이 유가협 30년의 기록을 반인류, 반문명 독재의 머리 위에 그칠 줄 모르는 우박처럼 떨구여야 할 것이다, 아니 이 글묵(책)을 가르침으로 비바람처럼 몰아쳐 반인류, 반문명의 독재를 물리쳐야 할 것이다"라며 "그게 첫발을 내디딘 지 30년이 되는 오늘, 이어가야 할 우리네의 길라잡이다"라고 썼다.  

a  유가협의 활동 모습.

유가협의 활동 모습. ⓒ 유가협


a  유가협의 활동 모습.

유가협의 활동 모습. ⓒ 유가협 제공


a  유가협의 활동 모습.

유가협의 활동 모습. ⓒ 유가협 제공


a  유가협의 사랑방인 '한울삶'.

유가협의 사랑방인 '한울삶'. ⓒ 유가협 제공


유가협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대와 투쟁 멈추지 않겠다"

유가협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우리 유가족들도 세월의 풍파를 비껴가지 못해 나이가 일흔, 여든, 아흔에 이르게 되어 눈은 침침하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되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이 땅에 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 더 많은 피와 눈물이 필요하면 기꺼이 앞장서 실천하고 열사들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또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대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도 "우리들은 자식과 남편 등을 대신해 30년간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권위주의정권과 싸웠다"라며 "하지만 현재도 민주주의는 미완성이어서 국민의 뜻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정치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너의 사랑 나의 투쟁>은 르포작가인 송기역씨와 정윤영씨가 기록하고 편찬했다. 르포작가이자 시인인 송기역씨는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등을 거쳐 현재 한빛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정윤영씨는 월간 <좌파>에 노동르포를 연재하고 있다.
#유가협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정남수 #이소선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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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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