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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체험홈(장애인 자립지원주택) 들어갑니다. "
"아들. 갑자기 왜? 집에 무슨 일 있니?"
지난 금요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 계시는 아버지께 전화상으로 전했다. 서울에 올라온 뒤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내 나이 30세, 부모님 도움을 벗어나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3개월 전부터 하고 있었다.
"불편한 날 평생 수발한 어머니께 드린 '깜짝 선물'" 기사 이후 어머니와 난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는 그 동안 나와 동생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계시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됐으니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가지라고 부탁하셨다.
사실 어머니는 강릉에서 지내는 시간이 편하다. 그곳에 다녀오시면 '내려가야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속상하고 아쉬웠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독립심을 주려는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 예전에 일했던 복지관 지인을 통해 체험홈이라는 곳을 알아보았다. 맞는 기관이 많지는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이용하는 곳이 많은 상황이라 여유공간이 많지가 않았다. 입소 대기에만 2-3년 정도 걸린다는 소식이었다.
포기하고 있을 무렵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기관을 알게 됐다. 마지막 통화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복지사님께 상황을 전하고 다음날 만났다. 그간 지내온 사정을 털어놓고 혼자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자립하기 위해 애쓴 과정이 전해졌는지 복지사님은 체험홈 입소 절차를 알려주시고, 천천히 생각해본 뒤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또한 주말에는 이용이 힘들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3일간 있어야 하는 게 고민이라고 이야기하셨다.
"가족이 사망한 분들이나 가족이 지방에 있는 사람들도 있어 언젠가는 이곳이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다면서 편안히 고민하라고 대답하셨다.
상담 이후 고민이 커졌다. 과연 자립은 무엇인지, 가사와 재정 등 혼자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지금 고민하시는 중이다. 나도 독립이라는 첫발을 내딛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다. 지금보다 나은 곳에서 자립하고, 독립성을 키우는 시간을 갖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힘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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