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나를 위한 '반나절 여행'

5일의 연휴 기간, 마무리는 여기에서... 지하철 타고 떠나는 '수도권 반나절 여행지'

등록 2016.09.16 09:07수정 2018.02.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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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보다 더 반가운 추석명절이 왔다. 제주 섬에 새로 생겼다는 '환상 자전거길'부터 짙푸른 바다가 내내 곁에서 흐르는 동해안 해파랑길, 원시림이 남아있는 남한 최북단의 DMZ 평화누리길까지 휴가 때 가고픈 길이 많았지만 폭염으로 인해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휴가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던 지긋지긋한 무더위가 추석 앞에선 기세가 꺾이고 슬슬 물러나는 모양새다.

이번 추석명절엔 더도 말고 딱 두 가지에 집중하고 싶다. 8월의 열대야와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소파에 푹 뉘이기. 다이어트일랑 잠시 잊고 여름 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기. 연휴 중 맛있는 후식 같은 여행까지 곁들인다면 추석이 더욱 풍성해지겠다.


달달한 후식 같은 여행이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이다. 숙박예약, 교통정체, 경비 등에 구애받지 않고 떠나는, 굳이 명명하자면 '반나절 여행'이랄까. 인천, 서울, 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 지역은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인천도시철도 등 별별 전철노선이 많은 덕에 교통정체 스트레스 없이 맘 편하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참 많다. 정다운 강변길과 눈 시원한 바닷가, 청정한 숲길, 아름다운 야경 등 다양한 전철노선처럼 여행지도 다채롭다.

[추천 여행지 ①] 배보다 자전거 타고 달리기 좋은, 인천 경인 아라뱃길 

 한강과 서해바다가 이어지는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 명소길이 됐다.
한강과 서해바다가 이어지는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 명소길이 됐다. 김종성

경인 아라뱃길은 2012년 5월 건설된 운하다. 한강 하류의 행주대교에서 인천광역시 서구 검암동과 시천동 등을 지나 영종도가 보이는 서해바다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내륙뱃길로 배의 운항을 위해 만든 인공수로지만, 가끔씩 오가는 관광용 유람선 외에 본래 운하의 목적인 화물선 같은 배들은 지나가지 않는다. 경제성이 없어서다.

오히려 운하 양쪽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인기를 끌어, 많은 사람들에게 아라뱃길 하면 자전거길로 알려지게 되었다. 총 길이 18.7㎞로 자전거 타고 오가기에 부담이 없다. 운하를 만들 때 든 비용과 무용지물이 된 운하의 관리비용을 생각해보면 아마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전거길이지 싶다.  

아라뱃길의 가장 큰 매력은 한강과 서해를 빠른 뱃길로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길 덕에 강은 물론 서해바다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공항철도 노선에서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다. 계양역, 검암역, 청라국제도시역이 아라뱃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각각 역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한 장소와 상관없이 반납은 아무데서나 가능하다. 자전거 대여료는 하루 1만 원, 1시간에 4천 원이다.


 아라뱃길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아라폭포 전망대.
아라뱃길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아라폭포 전망대.김종성

 서해바다가 보이는 22층 아라타워 전망대.
서해바다가 보이는 22층 아라타워 전망대. 김종성

계양역이나 검암역에서 자전거를 빌린 후, 왼편의 아라인천여객터미널 방향으로 달리면 서해바다가 나온다. 애초에 화물선이 다니는 직선의 운하다보니 아름다운 경치는 없다. 다행히도 저 앞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몇몇 전망대가 가슴을 탁 틔게 해준다.

일반적인 강과 달리 큰 화물선이 지나가는 것을 감안해 높다랗게 만든 다리들은 그 자체가 전망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높고 거대한 인공폭포(아라폭포)도 멋진 전망대로 만들어 놓았는데, 8줄기가 쏟아진다는 폭포수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지나갈 때만 작동한다니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 인공폭포 옆엔 바닥에 유리를 깐 UFO 전망대로 있다.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동력 삼아 하늘을 향해 우뚝 선 거대한 바람개비 같은 풍력 발전기들이 보인다면 아라뱃길의 끝에 다 온 것이다. 에스자로 구불구불 갯골이 드러난 서해바다가 수고했다며 여행자를 맞는다. 아라인천여객선터미널 옆에 있는 아라타워는 주변 전망을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23층(72미터)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는 무료입장에 밤 10시까지 운영해 노을이나 야경을 감상하기도 좋다. 서해갑문, 청라국제도시와 멀리 인천대교, 영종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망원경이 준비되어 있어 바다 위 무인도들과 갯벌 위를 거니는 철새들을 가까이 볼 수 있다.  
 
공항철도 노선은 주말과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 필자처럼 자신의 애마 자전거로 아라뱃길을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도 편리하다.

* 주요 자전거 여행길 : 계양역(검암역) - 아라뱃길 - 아라폭포, UFO 전망대 - 아라타워  

[추천 여행지 ②] 느지막이 일어나 야행(夜行)하기 좋은, 서울 남산 둘레길 

 서울N타워를 등대삼아 산책하는 남산 야행길.
서울N타워를 등대삼아 산책하는 남산 야행길. 김종성

서울 남산은 300미터가 채 안 되는 도심 속 낮은 산이지만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은 가장 큰 공원이기도 하다. 산행이 아닌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다 보니 시민들에게 건강과 계절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해 저문 저녁나절에도 청정한 숲속 산중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으니 더욱 고마운 산이다.

저녁녘의 남산은 한껏 고즈넉해서 요즘 같은 화창한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그런 느낌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이 남산에 있는데 바로 남산 둘레길이다. 지난해 11월 남산의 북측 순환로와 남측의 순환로를 연결한 7.5km 산속길이 생겨났다. 남산을 에둘러 한 바퀴 돌아 산책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애국가 '남산위의 저 소나무'에 나오는 남산의 상징 소나무가 울창해 삼림욕 코스가 따로 없다. 작은 정자에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들, 공원 가운데 만들어 놓은 시냇가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 바로 밑에 펼쳐지는 분주한 도시 풍경과 다르게 참 한갓지고 여유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남산의 상징 소나무로 한껏 청정한 산속 길.
남산의 상징 소나무로 한껏 청정한 산속 길. 김종성

 남산 둘레길 안내 지도.
남산 둘레길 안내 지도.남산 둘레길 안내판 촬영

저녁 7시가 넘어 땅거미가 드리우자 산길에 서 있는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혔다. 서울의 주산인 북한산만 해도 이 시간이면 벌써 산을 내려와야 했던 걸 떠올려보면 이색적인 기분이 든다. 봉수대와 함께 도성 방어 역할을 위해 만든 성곽도 해가 지면 조명이 켜져 야행길을 더욱 운치 있게 해준다. 성곽 너머로 보이는 높다란 서울N타워(혹은 남산타워)는 흡사 산중 등대 같아 낮과 달리 든든한 존재로 빛을 발한다.

새도 잠든 한밤의 고요한 숲길이라 그런지 가족끼리, 연인끼리 다정하게 거니는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가 소곤소곤 들리는 게 정답기만하다. 해가 저무니 나무와 꽃의 화사함은 보이지 않지만, 가로등에 은은하게 비쳐오는 산 그림자가 고요하고 고즈넉해서 참 좋다. 밤이라 그런지 코로 들어오는 공기도 시원하고 상쾌하다. 남산 둘레길로 갈 수 있는 들머리는 다음과 같다.

ㅇ 동대입구역 6번 출구 – 장충단 공원 – 남산 북측 순환로 
ㅇ 한강진역 1번 출구 - 하얏트호텔 방향 – 남산 야외식물원
ㅇ 명동역 3번 출구 – 남산 케이블카 – 남산 북측 순환로
ㅇ 문의 : 중부공원녹지사업소 (02-3783-5900) 

[추천 여행지 ③] 여기 서울 맞아? 구로 항동 철길

 철길 위를 걷는 이색적인 기분의 산책길.
철길 위를 걷는 이색적인 기분의 산책길.김종성

 철길 산책로에서 이어지는 푸른 수목원.
철길 산책로에서 이어지는 푸른 수목원. 김종성

서울 구로구에는 '구로 올레길'이 있는데 이 길에 고즈넉한 폐철길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아 제 역할을 다한 폐선로, 이젠 기차보다 사람이 걷기 더 좋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항동 철길은 폐철길이라는 이채로운 풍경으로 동네 주민들의 산책은 물론 대중교통편으로 접근이 쉬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사진 출사지 명소이기도 하다.

'사색과 공감의 철길'이라고 써있는 안내판과 달리, 이색적인 풍경에 다들 즐거운 미소를 짓게하는 길이다. 평소에 걸을 수 없는 철길을 걸으며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철길 위에 올라 폐철로를 걷는 기분이 특별하다. 바스락 거리는 자갈이 깔려있는 철길을 걷다보면 길옆에 폐품으로 만들어 놓은 깡통로봇들이 인사하며 여행자를 반긴다. 철길 주변으로 펼쳐진 논과 밭은 마치 시골길을 걷는 듯, 무르익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항동철길은 과거 화물운반용으로 쓰이던 철도로 구로구 오류동역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5km 정도 단선 철길로 이어져 있다. 철길을 여유롭게 걷다보면 폐철로 옆으로 나무 간판과 함께 '푸른 수목원'이 이어진다. 서울시 최초로 조성된 드넓은 시립수목원으로 25가지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어 폐철길에 이어서 여유롭게 거닐기 좋은 곳이다. 쉬어가기 좋은 작은 북카페가 있으며, 곳곳에 정자들이 있어 도시락을 지참하고 온다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 찾아가기 : 서울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반나절여행지 #양수리 #두물머리 #아라뱃길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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