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설탕 광고.
제일제당
모두가 어려울 때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추석은 추석이었죠. 1950년대 우리네 추석 선물은 농산물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는 있었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4일 추석을 앞두고 <경향신문>은 "(청과시장의) 가격은 평시의 배를 받았는데 이 과일 상자의 태반은 고관 댁과 권력층 저택에 운반되어 갔다"는 씁쓸한 소식을 전합니다.
그 해 <동아일보>는 "우리의 형제자매가 일선에서 추석이라는 구별 없이 오늘 이 시간에도 귀중한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쓸데없는 유흥에도 취하지 말 것을 각자가 맹세하여 일선 장병들에게 보답하자"고 호소하기도 했죠.
차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던 1960년대부터 추석 선물이란 개념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이때부터는 상품화된 추석 선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소박한 형태였죠.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996년 펴낸 '광복 50년, 추석선물 50년' 자료를 보면 1965년 최고의 인기 선물은 다름 아닌 6kg짜리 설탕 봉지(780원)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소비자들의 눈도 조금 높아진 게 느껴집니다. 910원 했던 콜라 24병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아든 사람들이 이때는 횡재한 경우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식료품 위주였던 선물이 화장품 같은 공산품으로 점차 바뀌어 갑니다.
1980년대부터는 와이셔츠, 넥타이, 지갑, 벨트 같은 패션용품이 등장합니다. 식료품도 설탕 같은 건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정육이나 과일세트같이 고급화됩니다. 1990년대는 통조림 식품세트가 등장하고 지금도 인기인 상품권이 사랑받게 되죠.
한 시대의 바로미터 대통령의 추석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