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다음엔 한일군사정보협정인가?

[주장] 안보 위기 조장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추진... 누굴 위한 정부인가

등록 2016.09.17 10:42수정 2016.09.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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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7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 폐기 촉구, 밀실 날치기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 폐기 촉구, 밀실 날치기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당사국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 체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신속한 대북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본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성이 GSOMIA 체결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GSOMIA 문제를 비롯해 북핵 대응 방안과 대북 압박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적 발표가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처럼 GSOMIA 체결을 위한 양국 간의 사전 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여론의 역풍에 휘말려 무산됐던 GSOMIA를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다시 한 번 정국이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인다.

GSOMIA는 이명박 정부 말인 지난 2012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 비밀리에 GSOMIA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과거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양국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정부는 강한 반발을 의식해 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게 된다.

당시 정부가 국민 정서에 역행하면서까지 일본과 밀실 협상을 벌인 기저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중국·러시아·북한의 공조에 대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오래된 기본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참여시켰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묶여 있던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끌어들였다. 호주에는 해군 기지를 건설했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을 측면 지원하면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도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외교의 핵심 화두인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급속히 팽창 중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동북아시아 경제 안보 협력체 구상의 핵심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다. 따라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실효를 거두려면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이 관건이다. 미국이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군사 팽창 정책을 묵인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일 양국 사이의 관계 회복을 끊임없이 종용했던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배경엔 미국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7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7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이해할 수 없는 한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 안보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GSOMIA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묶어 동북아시아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안보 전략적 포석이며, 정부가 도입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반도가 세계열강의 패권 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탐지와 군사정보 공유를 위해 추진되는 GSOMIA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THAAD와 GSOMIA가 사실상 MD체계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졸속으로 결정함으로써 극심한 내부 혼란과 외교적 갈등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과거사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없는 일본 정부와 군사기밀과 정보를 공유하는 GSOMIA를 다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GSOMIA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국민들이 단호하게 반대했던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를 다시 꺼내 드는 저의가 지극히 의심스럽다. GSOMIA는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굳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GSOMIA가 THAAD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자극하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악의 경우 이는 신냉전체제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가 그 중심에 서게 된다. 국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THAAD 배치를 결정해 동북아시아의 안보 리스크를 한없이 끌어올렸던 박근혜 정부가 다시 한 번 국가와 국민을 혼란과 논란 속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과연 GSOMIA가 무엇을 위한 협정인지,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박근혜 아베 #신냉전체제 #THA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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