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 폐기 촉구, 밀실 날치기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당사국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 체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신속한 대북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본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성이 GSOMIA 체결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GSOMIA 문제를 비롯해 북핵 대응 방안과 대북 압박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적 발표가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처럼 GSOMIA 체결을 위한 양국 간의 사전 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여론의 역풍에 휘말려 무산됐던 GSOMIA를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다시 한 번 정국이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인다.
GSOMIA는 이명박 정부 말인 지난 2012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 비밀리에 GSOMIA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과거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양국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정부는 강한 반발을 의식해 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게 된다.
당시 정부가 국민 정서에 역행하면서까지 일본과 밀실 협상을 벌인 기저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중국·러시아·북한의 공조에 대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오래된 기본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참여시켰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묶여 있던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끌어들였다. 호주에는 해군 기지를 건설했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을 측면 지원하면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도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외교의 핵심 화두인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급속히 팽창 중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동북아시아 경제 안보 협력체 구상의 핵심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다. 따라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실효를 거두려면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이 관건이다. 미국이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군사 팽창 정책을 묵인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일 양국 사이의 관계 회복을 끊임없이 종용했던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배경엔 미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