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축하케익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9월 첫 주말에 집에 오면서 초교 교사였던 엄마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기 위한 케잌을 사가지고 왔다.
지요하
현재 내 복막투석 생활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투석액이 체내에서 노폐물과 잉여수분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단백질도 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아내는 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자연 단백질 섭취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복막투석 환자임에도 나는 체중이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불어나는 추세다.
기계투석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일상생활이 순조롭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 잠을 자는 시간에 투석을 하니, 투석기가 고맙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은 아내 덕이다. 아내는 기계투석과 뒤처리를 거들어주기도 하고, 매일매일 내 복부 도관 부위를 소독해주곤 한다. 아내가 내 복부를 소독하고 멸균거즈를 갈아붙여 줄 때마다 아내가 있어 복막투석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일은 혼자 하기 쉽지만, 혈당 측정은 혼자 하기가 어렵다. 매번 아내 손으로 혈당 체크를 하는데, 투석 환자가 된 후로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도 혈당이 정상 수치를 유지한다.
오후에 장명수 해변에 가서 걷기운동을 할 때는 비록 복막투석을 하고 살망정 이런 생활이 오래 유지되기를 빌곤 한다. 언젠가는 걷기운동도 할 수 없는 진혼의 시기가 오겠지만, 자리보전을 하기 전까지는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난 6월 20일 중앙보훈병원에서 복강에 도관을 넣는 수술을 하고 다음날부터 복막투석을 시작했으니, 얼추 100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투병을 잘한 덕에 이제는 몸에 기운도 돌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도 지난달 말 정년퇴임을 했으니, 이제는 당일치기 나들이도 자주 할 생각이다.
우선 해마다 가을이면 갖는 아파트 주민 관광행사에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달 24일 토요일에는 서울 잠실구장에 가서 '한화' 야구 경기를 보고 밤중에 내려오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야구장에 가는 것을 누구보다도 아내가 좋아한다. 이제 영영 야구장에는 다시 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갈 수 있다니 천만 다행이라는 말도 한다.
월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참례하는 일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차를 가지고 가서 미사 참례를 한 다음 곧바로 내려오면 0시쯤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고, 그 시간에 기계투석을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매주 광화문에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생활의 마지막을 복막투석으로 장식하고, 또 기계투석 마무리로 하루 생활을 시작하는 내 일상은 정말 안정적이다. 나라꼴이 엉망인 것을 생각하면 내 '안정'이 좀 무안해지기도 하지만, 하느님께 더욱 의지하고 감사하는 나날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공유하기
복막투석하면서도 잘 먹고 잘 자고...다 아내 덕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