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이 송이버섯을 좋아하는 이유

가을의 참맛, 송이버섯

등록 2016.09.29 13:29수정 2016.09.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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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교토 남쪽 후시미에 있는 엔리안 식당에서 송이버섯을 맛보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을에 먹을 수 있는 가진 진기한 것으로 송이버섯을 듭니다. 일본에 와 있는 한국 사람들이 송이버섯을 좋아하는 일본사람을 보고 일본 사람 DNA 속에 송이버섯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는가 보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사람이 송이버섯을 좋아하는 것은 오래 되었습니다. 일찍이 7세기 후반 헤이안 시대 나온 만요슈(萬葉集) 민요집에도 송이버섯에 대한 칭송이 나올 정도입니다.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뺀 일본 열도 전국에서 송이버섯이 많이 생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맛보며 즐겼기 때문에 칭송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a            교토 남쪽 기노쿠니야 슈퍼마켓에서 파는 중국산 송이버섯입니다. 100g에 1280엔입니다. 교토 시내 마켓 가운데 송이버섯이 비싸서 팔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교토 남쪽 기노쿠니야 슈퍼마켓에서 파는 중국산 송이버섯입니다. 100g에 1280엔입니다. 교토 시내 마켓 가운데 송이버섯이 비싸서 팔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 박현국


高松之 此峯迫而 笠立而 盈盛有 秋香乃吉者(10권 2233)
다카마츠 봉우리마다 넘쳐나는 삿갓을 세우고 세상을 가득채운 가을 송이버섯의 향기여

일본 사람들은 송이버섯을 여러 가지로 먹습니다. 작게 잘라 쌀과 같이 밥을 지어 먹기도 합니다. 날 송이버섯을 불에 구워 먹거나, 송이버섯에 옷을 입혀 튀겨 먹습니다. 육수를 만들어 참나물, 붕장어와 끓는 물에 송이를 넣고 익혀 물이랑 같이 먹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향기에 흠뻑 취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송이버섯 향을 음미하면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송이버섯을 구워먹으면 송이 겉에 있는 습기를 열기로 없애기 때문에 약간 진한 송이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튀겨서 먹는 것은 일본사람들이 즐겨서 먹는 방식입니다. 이 때 다른 푸성귀랑 같이 튀겨서 먹습니다.

육수에 참나물(파드득나물)과 붕장어를 넣어서 끓인 물에 송이를 넣어서 익혀 먹었습니다. 먼저 주전자에 담은 육수를 마시고, 마지막에 송이버섯을 꺼내서 먹습니다. 참나물이나 붕장어가 담담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송이버섯향이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a            송이버섯을 연한 고체 연료 불 위에 올려놓고 구운 다음 부드러운 간장에 찍어서 먹습니다.

송이버섯을 연한 고체 연료 불 위에 올려놓고 구운 다음 부드러운 간장에 찍어서 먹습니다. ⓒ 박현국


송이버섯은 소나무 숲이 잘 가꾸어졌을 때 많이 딸 수 있습니다. 일본 산에도 처음에는 1차림으로 소나무가 많이 자랐습니다. 그러나 건축용이나 숯 생산용으로 베어 내기 시작하면서 숲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현재 일본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삼나무나 편백나무 숲은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에서 징용으로 끌려온 사람들이 심은 것입니다. 이렇게 일부러 심지 않은 곳은 대부분 떡갈나무나 참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오래전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산에서 풀을 베어 썩혀 퇴비를 만들었고, 산에서 자라는 칡 줄기를 잘라서 소를 먹였습니다. 그러나 화학비료나 사료가 사용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소나무 숲은 칡덩굴이 덮어버렸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푸르게 보이지만 칡덩굴이나 잡초로 덮인 소나무 숲은 더 이상 소나무 숲이 아닙니다. 이런 곳에선 더 이상 송이버섯이 나지 않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일본산 송이버섯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중국산이거나 중국산으로 꾸민 북한산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최근 송이버섯이 동남아시아에서도 나온다고 합니다. 일본산 송이버섯은 귀하게 대접받습니다. 아무래도 생산된 것을 바로 맛볼 수 있어 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수입산 송이버섯은 수입과정에서 검사를 받기 때문에 씻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향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a            옷을 입혀서 튀긴 송이버섯과 밑반찬으로 나온 버섯 먹거리입니다.

옷을 입혀서 튀긴 송이버섯과 밑반찬으로 나온 버섯 먹거리입니다. ⓒ 박현국


송이버섯을 비롯하여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버섯 종류는 500가지 쯤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먹을 수 있는 것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상품성을 지닌 것은 20가지 정도라고 합니다. 버섯은 때나 곳에 따라서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대부분 나무에 뿌리와 같은 팡이실을 펼치면서 자라고, 갓 아래 자실을 퍼트리면서 자랍니다.

버섯은 나무처럼 단단한 물질에 팡이실을 박고 자라면서 물질을 분해하여 자연 상태에서 여러 푸성귀들이 빨아들이기 좋은 상태로 만듭니다. 버섯은 자신의 몸을 다른 생명체로부터 보호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대부분 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버섯 전문 연구가들도 가끔 자연 상태에서 잘못 구분하여 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a            송이버섯 국입니다. 송이버섯과 참나물(파드득나물), 갯장어, 은행 따위를 넣어서 끓였습니다. 작은 잔에 국물을 마신다음 송이버섯을 건져 먹습니다.

송이버섯 국입니다. 송이버섯과 참나물(파드득나물), 갯장어, 은행 따위를 넣어서 끓였습니다. 작은 잔에 국물을 마신다음 송이버섯을 건져 먹습니다. ⓒ 박현국


버섯은 대부분 독성을 지니고 있고, 구별하기 어려워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그러나 송이버섯은 소나무 부근에서만 자라고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행착오 끝에 송이버섯의 향과 안전성을 알게 되어 가장 귀하게 여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의 송이버섯 사랑은 7세기 무렵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7세기 무렵에도 구워서 먹거나 쪄서 먹었다고 합니다. 최근 송이버섯을 키우려고 노력했으나 자연산만큼 자라지 않아서 실패했다고도 합니다. 기후변화와 여러 가지 이유로 송이버섯이 나는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소나무와 더불어 송이버섯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송이버섯이 사라지기 전에 송이버섯 향을 기억해 두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a            일본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팽이버섯, 느티만가닥버섯, 새송이버섯입니다.

일본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팽이버섯, 느티만가닥버섯, 새송이버섯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예영준, 중앙일보 일본어판, 2006.10.15
아소(阿蘇瑞技), 만요슈 전가 강의5, 笠間書院, 2009.
참고 누리집> http://www.enrian.net/, 2016.9.28.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송이버섯 #먹거리 #교토 #만엽집 #엔리안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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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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