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왔다 들렀다" 발길 끊이지 않는 '백남기 분향소'

충남 홍성 예산 아산 당진 공주 등 백남기 농민 분향소 10여 개 이상 꾸려져

등록 2016.10.11 09:51수정 2016.10.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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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8일 홍성 녹색당 당원들이 백남기 농민 추모 홍성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 8일 홍성 녹색당 당원들이 백남기 농민 추모 홍성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 이재환


최근 전국 각지에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충남만 해도 공주 홍성 예산 청양 당진 아산 등 10여 개 이상의 지역에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꾸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상파 방송과 일부 대형 언론사들은 이런 추모 분위기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송과 일부 언론이 모든 뉴스를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방송이 추모 분위기를 전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SNS를 통해 아름아름 소식을 접하고 분향소를 찾고 있다. 실제로 충남 홍성의 복개천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SNS를 통해 분향소가 꾸려진 사실을 알게 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고 밝힌 박민숙씨는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왔다가 일부러 분향소에 찾아 왔다"며 "젊은 분들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 '당번 지킴이'는 홍성YMCA 정재영(28) 간사였다. 홍성은 10여개 시민 단체가 교대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박민숙씨는 "원래 친정이 홍성"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홍성에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부도 "SNS를 통해 분향소가 차려진다는 뉴스를 봤다"며 "꼭 한번 들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향소에는 SNS를 통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분향소에는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 위해 귀농을 했다는 서부면의 한 청년이 "수고가 많다"며 홍성분향소에 캔 커피 한 박스를 전달하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홍성 주민들은 분향소 '당번 지킴이'에게 김밥과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노란우산>, 2009년 <백두산 이야기> 등의 그림책을 펴내 인기를 끈 류재수 작가도 홍성분향소를 찾았다. 류재수 작가는 현재 홍동의 한 마을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홍동 집에 들어가면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꼭 필요할 때만 테더링을 통해 인터넷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류 작가는 홍성에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고 했다. 류재수 작가는 "평소에는 기차역만 왔다 갔다 할 뿐 시내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병원에 진료를 받기 위해 왔다가 분향소가 차려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와 터를 잡고 살며 크게 감동한 게 딱 두 개 있다"며 "홍성 시내에서 매주 열리는 세월호 촛불집회와 이번에 차려진 백남기 농민의 분향소가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a  류재수 작가가 백남기 농민 추모 홍성 분향소를 찾았다

류재수 작가가 백남기 농민 추모 홍성 분향소를 찾았다 ⓒ 이재환


주민들끼리 '쌀값 하락' 토론도...


홍성뿐 아니라 충남 지역에 차려진 백남기 농민 추모 분향소는 '동네 사랑방'의 구실도 하고 있다. 요즘 농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쌀값 하락 문제와 각종 지역 현안을 토론하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진에 살고 있는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백남기 농민 분향소가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며 "(당진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밤늦게까지 쌀 값 문제와 당진시 공해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고 전했다.  

홍성 분향소를 찾은 한 40대 남성도 "평소에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분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다 보니 진짜 상갓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일정 때문에 분향소에 오래 머물 수는 없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예산경찰서 앞 분수대에 마련된 예산분향소의 상황도 비슷했다. 예산고등학교 한택호 교사도 "평일에는 분향소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30대의 젊은 청년들이 분향소를 많이 찾고 있다"며 "이들과 소녀상 건립 문제와 같은 지역 현안 문제를 얘기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 #홍성 분향소 #백남기 #류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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