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인 김중훈 교사
김중훈 교사 제공
- 학교 현장에서 한글교육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격차다. 이미 유아기 때 한글 해득을 해 책을 너무 잘 읽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한글을 못 깨친 아이들도 있다. 사실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요즘 들어 유독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1학년 때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차츰 알겠지 하고 넘겨버리다 나중에는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기 일쑤였다. 그래도 지금처럼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 왜 이런 일이 생긴다고 보는가?"여러 가지 이유로 읽기에 약점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현행 과정에 따르면 3월 말부터 5월초 정도까지 약 한 달 만에 한글을 배우고 그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 한달 만에 한글 해득이 안 되는 애들도 있는데, 한글을 배웠으니 이제 모든 애들이 책읽기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계속 못 읽는 상태로 남게 된다.
반면에 기존에 이미 한글을 해득하고 읽기 연습도 많이 하고 온 아이들은 점점 더 잘 읽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국어교과과정이 문제라는 것인가?"물론이다.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 너무 적다. 이미 한글을 배우고 왔다는 가정을 하고 국어과목을 배운다. 나는 한글 사교육을 부추긴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학교에 가면 한달 만에 한글을 배워야 한다니까 부모들이 불안해서 너도 나도 한글 선행 교육을 하는 것이다."
- 집이 어려운 아이들은 읽기를 점점 못할 수밖에 없는, 읽기에서의 매튜 이펙트가 교실 내에서도 보인다는 말 같다."그렇다. 가난한 취약계층 아이들이 한글을 읽는 건 더 어려워졌다. 읽기나 언어 발달은 환경이 중요하다. 자극을 많이 줘야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말이나 글도 빨리 배운다. 부모가 신경을 못 써주니 환경적인 자극을 많이 못 받는다. 더구나 옛날에는 형제, 자매가 많아 언어가 촉진됐는데 지금은 외동이나 둘이 많다 보니 환경적으로 보살핌을 덜 받는 아이들의 경우 이런 혜택도 못 받는다.
특히 요즘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략 2∼3%가 다문화 가정이다. 도시도 낙후된 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10%가 넘기도 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언어가 발달하지 못해 어휘력도 부족하고 읽기도 잘 안 될 수밖에 없다. 말이 완성돼야 글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환경적으로 보살핌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반면 요즘은 과잉학습이 많이 된 아이가 있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은 언어적으로 소외됐으니 '단군 이래 이런 교실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학습자가 생겼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1학년의 경우 6학년보다 3배가 많다. 앞으로 학습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가 관심을 갖고 대비를 해야 한다."
- '환경이 어려워서'라기보다 발달상의 문제로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는데..."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이다. 내가 좋은교사운동본부와 한국난독증협회에서 활동하는 일들이 이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읽기 부진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발음이 안 좋고 조사를 빼 먹는다든지 글씨를 거꾸로 읽는다든지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읽기는 잘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모두 나타나는 경우다.
첫 번째는 난독증으로 글자를 읽는 자체가 힘드니까 나중엔 책을 안 보려고 한다. 두 번째 아이들은 과독형으로 글자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니 역시 책에 재미를 못 느껴 안 읽게 되고 읽기 부진이 점점 더 심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체 아이들 중 5∼10%가 난독 증세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지도를 못 해주고 있다."
"3학년이 되기 전에 진단하고 교육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