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한중관계, 출구가 없다

정치, 외교 분야 한·중 교류 맥 끊겨... 10월까지 수출증가율 -12%

등록 2016.11.23 16:41수정 2016.11.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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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수교 이후 24년 동안 한국 경제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하던 중국과의 관계가 붕괴했다. 정치, 외교 분야는 물론이고 대중국 수출은 급감하고 있으며, 이를 대체해주던 문화 콘텐츠나 관광 분야도 사드 장막에 가로막혀 앞날을 예측할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도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은 기대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중국측 귀빈이 참석하지 않은 한 언론사의 차이나포럼  한국 측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 문재인 의원, 정진석 의원, 조윤선 장관 등이 축사를 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의 축사 모습
중국측 귀빈이 참석하지 않은 한 언론사의 차이나포럼 한국 측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 문재인 의원, 정진석 의원, 조윤선 장관 등이 축사를 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의 축사 모습조창완

지난 16일 신라호텔에서 한 언론사가 주관하는 차이나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4회째인 이 행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한국측 귀빈석에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어야 할 중국 대사관측 인사는 한명도 자리에 오지 않았다. 2, 3회 행사에 축사를 했던 추궈홍 중국대사는 물론이고 경제공사나 문화원장 등 일체 중국 측 인사가 사라졌다. 한류를 주제로 열린 이 포럼의 중국측 연사들도 앞 행사에 비해 격이 확연히 낮아졌다. 사실상 중국 공직자들의 금한령이 현실화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제로 추궈홍 중국대사는 10월 27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만나 사드에 대해 항의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서 자리를 감췄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19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는 개천절과 국군의 날을 기념한 경축 행사가 열렸다. 중국의 주요 행사인 10월 1일 궈칭지에(國慶節)의 화답행사의 성격이라 중국측에서는 차관급 정도를 보내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온 중국측 인사는 과장급이어서 귀빈석에 자리를 배치할 수 없었다. 결국 중국측 주빈석은 빈자리를 차지했다.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이나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왔던 지난 2년간과 비교됐지만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자리였다. 

실제로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에서 김장수 대사로 검색되는 마지막 내용은 지난 7월 5일 오후 샨시성 후허핑(胡和平) 성장을 만난 것이다. 지난 7월 8일 사드 배치가 발표된 후 일체의 활동이 금지된 것을 증명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김장수 대사가 중국대사로 발령된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교민사회에 떠돌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라고 이 상황을 모를 리 만무하다며, 이미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 추세 2014년부터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해져, 지난해는 5.6%, 올 10월까지는 12%가 감속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 추세2014년부터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해져, 지난해는 5.6%, 올 10월까지는 12%가 감속하고 있다조창완

이에따라 100만명에 이르는 중국내 한국인들은 각자도생이라는 상황에 처해있고,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 교류도 최대의 위기를 막고 있다. 1992년 수교 당시 26억5400만달였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2013년 1458억6900만달로 55배 가량 급증하며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그해를 정점으로 대중국 수출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14년 -0.4로 감소새로 돌아섰고, '15년에는 -5.6%, 올 10월까지는 -12%로 하락새가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대미 수출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의 급감은 위기의 속도를 당기는 치명적인 상황을 낳고 있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향후에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대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은 중국내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간재 수출이나 석유화학, 철강 등이 차지했다. '13년 중국 이동전화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다음해 3위로 밀렸고, 지난해는 6위를 차지한 만큼 전자 관련 산업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거기에 노트 7의 실패와 마케팅 행사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이 한 포털에 보도되어 큰 비난을 받는 등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2014년 110만대를 최고점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베이징과 가까운 창저우 공장에 중복투자가 이루어져 미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매각을 시도해도 새 주인이 나오고 있지 않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굴착기 라인이나 출혈 경쟁에 허덕이는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많은 성과를 냈지만 정치 후폭풍에 휩쌓인 한중도서전  올해 난창, 충칭, 난징에서 진행되어 많은 성과를 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실행에 곤란을 겪고 있다
많은 성과를 냈지만 정치 후폭풍에 휩쌓인 한중도서전 올해 난창, 충칭, 난징에서 진행되어 많은 성과를 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실행에 곤란을 겪고 있다조창완

이런 상황에서 사드로 인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절벽은 더욱 위기를 부추긴다. 이미 한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유통은 금지 상황이며, 도서 등 조용히 진행되던 다른 분야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중소출판협회가 주관해 올해 난창, 충칭, 난징 등에서 열린 한중도서전 행사에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판권 교역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드 발표 이후 중국 당국에서 한국 책에 대한 도서관납본허가(CIP)를 막아 한국 관련 서적 등의 중국 출간 길이 막혔다.

제조업을 대신할 서비스산업의 대표인 관광산업에 불어오는 먹구름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한국 관광객을 20% 이상 감축하려는 조치에 들어갔다. 1000위안(우리돈 17만원) 이상으로 현지비용 관광을 오려고, 하루 1곳 이하로만 쇼핑을 하게 하는 등 저가관광을 없애겠다는 취지지만 관광업계에 불어 닥치는 위기감은 이미 극에 달했다. 타이완의 경우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이후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로 인해 단체 관광객이 절반 이상 주는 등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9월까지 집계된 중국 관광객 수는 633만명으로 이미 지난해(598만명)를 초과했다. 물론 단체 관광객에 비해 개인 관광객의 숫자가 많고, 증가추세라 단체 관광객 중심으로 진행되는 중국 정부의 관광객 축소는 영향이 덜할 수 있지만 중국 내 반한 이미지가 확대되면서 발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중국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중국 정부의 조치가 어느 쪽으로 확대될 수 없다는데 있다. 사드 도입이 본격화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대부분 예측하고 있다. 중국 내 저명한 대학인 상하이 푸단대 국제대학원 우신보 부원장은 필자가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차이나리뷰에 사드 도입은 "한국이 중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비난할 만큼 중대한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 내에서 이런 상황을 인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중국 학자인 서울대 국제대학원 조영남 교수를 비롯해 경희대 법무대학원 강효백 교수 등도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핵심문제인 만큼 시진핑 주석 조차도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입장에 귀 기울이는 이는 많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비난으로 가득찬 중국 최대 포탈인 바이두의 핸드폰 앱 메인화면 기자는 9월 18일 중국 바이두 핸드폰 앱에서 진행되는 한국 대통령 조롱기사를 지적했지만 전혀 바뀌지 않고, 최근에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11월 23일 머릿기사와 3번째 기사로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비난으로 가득찬 중국 최대 포탈인 바이두의 핸드폰 앱 메인화면기자는 9월 18일 중국 바이두 핸드폰 앱에서 진행되는 한국 대통령 조롱기사를 지적했지만 전혀 바뀌지 않고, 최근에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11월 23일 머릿기사와 3번째 기사로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조창완

소통의 통로 마저 거의 사라져간 한중관계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이 현 정부와 소통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어낼 방법은 없다. 기자가 9월 18일 기고했던 중국 최대 포탈 바이두의 핸드폰 앱 내 한국 우롱상황(관련기사 :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박근혜 하야 머지 않아")도 문제가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나빠지고 있다. 23일에도 톱 기사는 '박근혜 일체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중국은 그녀와 이야기를 단절하는 게 효과적이다'라는 기사와 '한국이 계속해서 사드 배치를 주장하니 중국과 완전히 멀어지는 것만 남았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의도 여부를 떠나 이런 기사를 접하는 중국인들의 감정은 한국과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이 내용은 기자가 매주 화요일 8시 20분 출연하는 국민라디오 ‘민동기의 뉴스바’ 속 ‘달콤한 중국’을 통해서도 소개되었습니다.
#박근혜 #중국 #수출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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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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