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는 가고, 해장국이 남았다.음식이 안나와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직원은 다 드셨냐고 물어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받게된 귀중한 식사. 감사합니다.
박상현
테이블 넘어 오고 간 소주 한잔의 온기첫눈이 선사한 한기를 뜨끈한 감자탕으로 녹이는 중년의 두 남성. 홀로 앉아 해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 기자에게 혼자 온 거냐고 대뜸 물어온다. 이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육중한 카메라를 보며 '취재 왔나보네. 기자요?'라며 친근히 물어오는 이원종씨(우)에게 시민기자라는 애매한 직분을 설명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지난 집회 때 참가한 후, 촬영했던 사진들을 개인 갤러리에만 두고 있는게 죄를 짓는 기분이라 2주 전에 오마이뉴스에 가입해서 사진을 게재한 것이 처음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푸근한 웃음으로 답해주는 이강원씨와 이원종씨.
기성세대로서 젊은 친구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고 한다. 한편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겠지만 젊은 당신들은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말고 나와 행동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그게 나와 내 사회 그리고 이 나라를 잘살게 하는 근본임을 잊지 말라며.
아무래도 아들처럼 느껴져 안타까워하신 모양이다. 젊은 친구가 고생이 많다고 사양 말라며 소주 두어 잔을 권하신다. 감자탕과 맛있는 고기도 국자에 한 껏 담아 건네는 그들의 손에서 진한 아버지의 부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한 잔을 받고, 한 잔을 드리고 또 한 잔을 받고 한 잔을 드린 사이에 나누었던 대화에서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의 축소판을 경험한 듯 했다.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