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단위 시위 참가자들이 많다.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은 정보화 네트워크 사회에서 신경망들이 다 연결된 하나의 의식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황윤희
이번 촛불은 그냥 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주권자 본래의 자격을 회복하고 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시민들이 들고 나온 LED촛불, 차벽 스티커, 개성 있는 집회소품, 깃발 따위를 보며 확인한다. 깃발은 그 정점이다. '얼룩말연구회', '화분 안죽이기 실천시민연합', '국경없는 어항회', '무한도전 본방사수위원회' 따위의 깃발들은 국민들이 현재의 사태를 스스로 즐기며 자기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에 공안정권은 조직화된 일부를 상대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부정한 권력의 적은 이제 수천억 개의 망으로 연결된 온 국민이다.
세월호로 시작된 역사, 단죄는 계속되어야 한다얼마 전 안성에서 네 아들을 키우며 사는 50대 여성을 만났다. 아프락사스, 그녀는 깨어나고 있었다. 정치적 비판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럼 그녀의 이런 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그것은 2014년 4월 16일의 일이다. 그녀는 이전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는 모른다 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그녀의 싸움은 오직 그날 이후 시작됐다.
세월호. 세월호. 세월호. 그 아이들, 그 사람들. 우리는 실로 깊이 상처받았다. 전 국민적 트라우마란 것이 생겼다. 온 국민이 304명이 수장당하는 순간을 고스란히 다 보고야 말았다. 그것은 쉬 아물지 않을 절대적 상처다. 나는 아직도 아이들이 남긴 문자메시지,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연하게라도 그를 접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평정심을 잃고 심장이 마구 뛴다.
세월호가 선수만 남긴 채 검은 밤바다에 잠기고, 그 위로 몇 개의 조명탄만이 터져 내리는 그 참담한 광경이라니. 그 곁에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몇 척의 배가 있었다. 그걸 잊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갔다. 믿음직한 어른들이 올 거라고 어른들을 기다리다 죽어갔다. 그건 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단언컨대 이 촛불정국은 오직 그날로부터 시작되었다. 돈만 안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은 그때부터 뒤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974일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의 침몰원인을 알지 못한다. 시작은 그러했다. 이후 국민들은 참담한 사태의 원인을 살폈고, 그러다보니 총체적 국가시스템이 엉망으로 돌아가는 것을 감지했고, 알고 보니 거기에 국민으로부터 아무런 권력도 위임받지 않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있었다. 거기에 재벌이 그 뒤를 열심히 봐주었고, 집권여당 또한 그에 방조, 혹은 부역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벌로부터 돈을 열심히 먹은 비선실세들은 재벌의 뜻만 들어주어, 국민의 삶은 날로 어려워지고 국가경제는 더욱 피폐해졌음도 알았다. 대통령과 비선실세들, 재벌과 집권여당이 한 통속이 되어 오직 자신들의 이득만 챙긴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나라 없는 백성처럼, 난민처럼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야 했다.